[씨네리뷰]<로드트립>더러운 청춘영화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2시 09분


<로드트립>은 영화가 얼마나 더 더러워질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꿈틀대는 실험용 쥐를 한 입에 집어삼키고, 남성의 '아래 쪽 물건'에 입을 바짝 댄 후 "혼자 쓸쓸히 고생하는구나"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지껄여댄다. 섹스에 한창 관심이 많은 미국 대학생들의 일상이라 치부하기엔 너무 지독한 엽기 판타지다.

그러나 <로드트립>의 과장된 엽기는 전혀 낯선 영화 스타일이 아니다. 미국 코미디 영화의 엽기 풍조는 요즘 전 세계를 뒤흔드는 일종의 패션이나 다름없다. 멜 브룩스가 시도했던 방귀 유머의 결정판 <브레이징 새들스>나 '쓰레기 시인' 존 워터스의 황당한 블랙코미디 <핑크 플라밍고>, 패럴리 형제의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미, 마이셀프 앤드 아이린>, 웨이츠 형제의 <아메리칸 파이> 등, '더러운 영화'의 기본을 보여준 영화는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

<로드트립>은 이들 '아버지들의 영화(?)' 중에서도 특히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와 <아메리칸 파이>를 적절히 응용한다. 성적인 호기심이 왕성한 남자 고등학생들의 '총각딱지 떼기' 과정을 그린 <아메리칸 파이>의 그들처럼,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성적으로 왕성하다.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으로 부쩍 성숙했다는 점만 달라졌을 뿐이다.

또 이 영화는 이유는 다르지만, 첫 사랑 연인 메리를 찾아 떠난 한 남자의 여행을 그린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처럼 로드무비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을 종합해보면 <로드트립>은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남자 대학생들의 황당한 여행을 그린 영화인 셈이다. 그런데 이 남학생들이 여행을 떠나게 된 동기가 더욱 가관이다. 그들은 조쉬(브레킨 마이어)의 여자 친구에게 잘못 부쳐진 섹스 비디오테이프를 그녀의 손에 닿기 전 가로채기 위해 먼길을 떠난 것이다.

오스틴 대학에 다니는 여자친구 티파니(라첼 블랭카드)를 두고 배스(에이미 스마트)와 하룻밤 섹스를 나눈 조쉬. 재미 삼아 그녀와의 화끈한 밤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았던 그는, 실수로 기숙사 친구들이 이 '무시무시한' 테이프를 여자친구에게 보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장거리 여행을 계획한다. 티파니의 손에 우편물이 배달되는 시점은 3일 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나선 조쉬와 E.L(숀 윌리엄 스콧). 루빈(파울로 코스탄조), 카일(DJ 퀼스)은 잘못 보내진 우편물을 되찾기 위해 1,800마일이나 되는 미국 대륙 횡단 여행을 떠난다.

이 황당한 여행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자동차 폭발 사고, 흑인들만 북실대는 자카이 클럽에서의 하룻밤 등.

여행중 이 대책 없는 남학생들이 보여주는 행동도 엽기적이긴 마찬가지만, 여행에서 만난 모텔 주인, 음식점 주방장의 행동은 더욱 엽기적이다.

카일이 설탕 바른 토스트를 거부하며 "설탕을 빼달라"고 주문하자, 카페 주방장은 침으로 설탕을 잘 핥아먹은 뒤 엉덩이에 빵을 꽂고 방귀 세례를 날린다. 모텔 주인은 섹스 잡지에 중독되어 사람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도 못하는 수준.

<로드트립>은 한없이 가벼워지기로 작정한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답게 딱 그만큼의 재미와 웃음을 전해준다. 이 엽기적인 영화에 얼굴을 내민 배우들은 <고><아메리칸 파이> 등 할리우드 청춘영화에 출연했던 신인들. 그러나 <로드트립>의 황당한 에피소드를 전해주는 내레이터 베스는 현재 미국에서 인기 상종가를 달리고 있는 베테랑 코미디언 톰 그린이다.

연출은 <프랫 하우스>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토드 필립스 감독이 맡았으며, 제작 총 지휘는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 <트윈스><쥬니어><식스 데이, 세븐 나잇> 등을 연출했던 이반 라이트먼이 맡았다.

황희연 <동아닷컴 기자> 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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