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유치하다고요? 그래도 느낌이 팍!

  • 입력 2000년 10월 17일 18시 36분


‘유치함 속에 숨은 진지한 메시지’

얼핏 보기에 ‘뭐 저런 광고가 다 있어’ 또는 ‘정말 유치하다’라는 느낌을 주는 이상한 광고가 TV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복고 촌티 컬트 등을 활용해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를 파괴하는 이들 광고는 단지 유치함으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허허실실(虛虛實實)’ 전략이라고나 할까.

광고업계 관계자는 “틀에 박힌 광고컨셉으로는 요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가 어렵다”면서 “어설픈 듯한 가운데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능력도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부류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인터넷종합증권회사 키움닷컴증권의 CF. 트로트에 첨단 테크노감각을 가미한 새로운 장르의 음악으로 화제를 불러모은 이박사가 등장하는 이 광고는 정제되지 않은 분위기가 특징.

무명의 신생 증권회사이자 국내최초의 100% 인터넷종합증권사인 키움닷컴증권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당시 ‘무명’이던 이박사를 전격 발탁했다.

다소 거친 영상과 70년대풍 복장, 007 영화를 패러디한 코믹한 장면, 그리고 이박사 특유의 추임새 등은 단시간내 세인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광고효과는 기대를 초월했다. 제일기획이 일대일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신생 키움닷컴증권의 ‘최초 상기율’이 25.8%로 온라인 증권사중 1위로 조사된 것. 주식거래 시장점유율도 9월 0.95%에서 이달초 1.55%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DJ DOC가 출연한 인터넷신문 동아닷컴의 CF는 파격 그 자체라는 평가다. 한때 노래를 통해 사이비기자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을 퍼부었던 가요계의 ‘악동’ DJ DOC가 인터넷신문의 광고모델로 등장했다는 사실외에도 하나의 화장실에 3명이 동시에 등장하는 상식파괴적 상황이 ‘평범한’ 광고가 아님을 입증한다.

이하늘이 랩을 흥얼대면서 샤워를 즐기고 김창렬이 변기에 앉아 만화책을 보는 가운데 뒤늦게 나타난 정재용은 김창렬에게 휴지를 건네며 “뉴스가 재밌냐”고 한마디 던진다.

몇 번을 보아도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이 광고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DJ DOC의 독설을 통해 ‘일상생활’에까지 침투해 들아간 동아닷컴 뉴스의 전파력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 DJ DOC 기용은 1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에 이르는 타깃층에게 친숙한 이미지 때문이라고.

순정만화를 좋아하는 뚱뚱한 남학생이 친구들의 놀림을 받다 인터넷사이트에서 만화를 읽으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야후코리아 CF도 허술한 가운데 진지함을 추구하는 광고로 손꼽힌다. 이밖에 트로트가수 송대관과 태진아가 미용실에서 파머하는 롯데닷컴편, ‘나도 몰라’‘공짜가 좋아’ 등의 유행어를 낳은 한국통신프리텔 CF 등도 ‘겉과 속이 다른’ 광고에 속한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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