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승엽 "올해는 아닌가봐"

  • 입력 2000년 10월 12일 18시 40분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이승엽(24)에게는 ‘대기록을 작성한 이듬해의 부진’ 징크스는 없는 듯했다. 홈런 타점 장타율 등 타격 전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자 주위에선 “역시 이승엽”이라며 그의 스타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8월29일 대구 해태전부터 악재가 연이어 그를 덮쳤다.

느닷없이 3루 도루를 시도하다 오른쪽 무릎을 다친 게 불행의 시작. 무릎 부상은 벼르고 별렀던 시드니올림픽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일본전에서 두 차례나 에이스 마쓰자카를 공략해 자존심을 세우긴 했지만 대회 내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해 애를 태웠다.

올림픽에 다녀와 간신히 몸을 추스를 즈음 또다시 부상악몽이 찾아왔다. 정규시즌이 재개된 지 3게임째 만인 7일 잠실 두산전에서 오른쪽 발등을 맞아 주저앉은 것. 그뒤 3게임째 선발출전에서 제외된 이승엽은 개인타이틀 경쟁에도 치명타를 입었다.

11일 현재 타율 0.293에 35홈런 94타점. ‘전공’인 홈런에선 공동 4위로 처져 있어 2년 연속 홈런왕은 이미 물 건너 갔다. 4년 연속 100타점에도 실패했고 5년 연속 3할 타율도 달성하지 못했다.

97년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MVP)로 등극하며 화려한 ‘이승엽 시대의 개막’을 알렸던 그는 최근 3년간 각종 타격 타이틀을 휩쓸어 왔다. 97년 홈런, 타점, 최다안타 등 3관왕에 이어 98년 장타율 1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엔 홈런, 타점, 출루율, 장타율 등 4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 타격부문에서 1위 자리를 지킨 것은 득점(108점)이 유일하다. 지난해의 활약 때문에 한층 기대치가 높아졌던 팬들 입장에선 실망스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되돌아보면 올해엔 야구외적인 면에서도 한시도 편한 날이 없었다.

연초엔 프로야구선수협의회 불참 문제로 도마에 올랐고 지난달엔 시드니에서 ‘카지노 파문’의 소용돌이에 휩쓸렸다. 24세의 어린 나이로 감당하기엔 벅찬 시련들이었다.

이승엽은 “돌아보고 싶지 않은 한 시즌”이라며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있다. 어서 빨리 이 시즌이 지났으면 하는 바람뿐”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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