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우량株끼리 자발적으로" 프라하서 은행합병 논의

  • 입력 2000년 9월 28일 08시 53분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한국의 2단계 금융구조조정의 핵심인 은행합병 논의가 솔솔 무르익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대거 참석한 국내 은행장들은 삼삼오오 모여 허심탄회한 심경을 주고받고 있다.

진념(陳稔)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은행합병과 관련, “일단 10월까지 지켜보겠다”면서 은행권에 스스로 합병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따라 IMF 총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진 모습.

IMF 총회장을 찾은 은행장은 김상훈(金相勳)국민 위성복(魏聖復)조흥 김정태(金正泰)주택 이인호(李仁鎬)신한 김승유(金勝猷)하나은행장. 국민 주택 신한 하나는 은행간 ‘짝짓기‘가 본격화될 경우 전면에 나설 자격을 갖춘 우량은행이고 위성복 행장은 은행권의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이들은 일거수 일투족이 부담스러운 국내와는 달리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외국’에서 구조조정 방향을 타진중이다.

하나은행과 한미은행간의 전략적 제휴도 5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때 김하나은행장과 신동혁(申東爀)한미은행장의 단독면담에서 합의된 적이 있다.

몇몇 은행장은 은행 합병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피력하고 있다.

김주택은행장은 “현재 국내 은행업계는 은행 수가 너무 많은 오버뱅킹(Over Banking) 상태”라며 “은행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합병은 시대적 대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공적자금 투입은행을 인위적으로 묶는 것보다는 우량은행간의 자발적 합병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하나은행장은 “이제 우리 은행들도 대형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은행 합병에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하나은행장도 “누군가 시동을 걸어야 하는데…. 상대방이 있는 사안이어서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국민은행장도 “투자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국내 반응에 신경을 썼다.

<프라하(체코)〓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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