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태지]서태지 사전 녹화 현장, "이제는 라이브로 부른다!"

  • 입력 2000년 9월 26일 15시 23분


서태지가 본격적인 방송활동에 나섰다. 25일 서울 여의도 MBC 1층 D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음악캠프'(30일 방송)의 '서태지 스페셜' 사전 녹화가 그 첫 번째 자리. 이 날 정오 MBC에 도착한 서태지는 송승종 PD 등 연출 스태프만 참석한 가운데 사전 리허설에 들어갔다.

검정색 후드 티 차림의 서태지는 가요 순위 프로 첫 출연을 라이브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스태프와 문제점을 수시로 점검했고 "기타 데시벨을 내려주세요" 라고 주문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특히 음악 모니터를 하다 "잘 안들리는데...어쩔 수 없지"라며 불만을 표시하기도했다.

카메라 9대가 움직이는 가운데 외국인 드럼 주자 헤프가 사운드 점검을 마치자 서태지는 "준비됐으면 가 볼께요"라며 '탱크'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 중간 중간에 그는 객석으로 나와 전체 음을 조율했고 8㎜ 비디오를 촬영중인 양현석을 향해 V자를 그려 보이거나 장난기 어린 미소를 보내기도 했다.

◇ '서태지 표절 의혹'이라는 대형 신문 패널을 설치해 눈길

이번 공연 무대 전면에는 '서태지 핌프 록, 표절 의혹'이라는 제목의 '연예 스포츠'(가상의 언론)라는 대형 신문 패널을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서태지는 '탱크'가 끝날 무렵 대형 신문 패널에 빨간 페인트를 뿌려 일부 언론과 평단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패널에 "콘, 림프 등의 영향을 받은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는 음악" "상업적 전략"이라는 글귀를 삽입한 것은 자신의 음악에 대한 비판을 수용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이 날 리허설 현장에는 경호업체인 'TRI'에서 언론은 물론 MBC 직원들의 출입도 엄금했는데 '전원일기'의 김혜자 씨가 공연장으로 들어와 서태지의 음악을 감상해 주위의 시선을 끌었다. 서태지는 앞자리에 앉아있는 김혜자 씨를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서태지가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갈색 벤 승용차를 타고 와 방송국스튜디오로 들어가기까지를 MBC측에서 ENG 카메라로 촬영해 마치 마이클 잭슨이 경찰 호위를 받고 들어오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녹화가 시작된 시간은 저녁 8시. 650여명의 팬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스탠딩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서태지는 공연을 시작하면서 "밤샘한 친구들 많죠? 가깝게 여러분을 만나 반갑다"며 "틀리는 부분이 있어도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말했다. 서태지 팬들은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고마워요" "사랑해요""지켜줄게" 등을 연호했고 서태지 2집 수록곡들을 한 목소리로 합창해 보이기도 했다.

◇ 방송 불가 판정 받은 '탱크'의 "엿같아" 부분 그대로 불러

'음악캠프'에 소개되는 노래는 '탱크' '울트라맨이야' '오렌지' 등 3곡으로 약 15분 분량이었지만 사운드, 음향, 조명 문제로 촬영이 수 차례 중단돼 리허설은 2시간 30분 동안 계속됐다.

서태지는 MBC에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은 '탱크'의 "엿같아"라는 부분을 그대로 불렀는데 방송 당일 이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3곡을 각각 2번씩 부른 그는 "다음에 또 만나구요. 고마워요"라며 자리를 떠났다.

이번 공연을 지켜본 신가정(24, 회사원)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서태지를 좋아했다"며 "컴백 쇼 당시보다 사운드가 좋고 동작도 다양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윤경(23, 대학생) 씨는 또 "콘이나 림프 비스킷의 음악을 들어봤지만 느껴지는 강도가 전혀 다르다"며 "서태지의 음악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전 녹화를 보기 위해 23일 오전부터 서태지 팬들이 노숙을 했는가 하면 미처 입장을 하지 못한 600여명은 밖에서 "공연을 보게 해달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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