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외국인 셀 코리아 고비 넘긴 듯…매도세 둔화

  • 입력 2000년 9월 20일 08시 52분


19일 종합주가지수가 하락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8일의 심리적공황 상태를 벗어나 진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대우차 문제로 붉어진 대폭락 사태가 일단 고비를 넘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기관들의 매도세 지속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같은 전망을 갖게 한다.

실제로 외국인이 증시대폭락 사태에도 불구하고 최근 순매도액을 100억원 미만으로 크게 줄이는 추세를 보여줬고, 이날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반도체주식에 대해 순매수세로 전환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주식운용 전문가들은 어제 대폭락 이후 대부분의 악재가 노출된 상황에서 단기 낙폭과대에 따라 추가적인 매도공세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전문가들은 향후 장세가 경기 둔화 속 국제고유가 지속 사태와 산적한 구조조정이란 상황에서 급등장세는 연출되기 어렵다고 예상하면서 증시가 새로운 모멘텀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경제현안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본질적인 처방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외국인 매도공세 대폭 완화

최근 외국인들의 비중이 대폭 커진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는 지난 14일 선물·옵션 만기일(Double witching day)을 고비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은 지난 5일 1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매도강화 조짐을 보인 뒤 지난 7일 2471억원, 지난 8일 1117억원을 순매도한 뒤 추석 연휴 직후 선물·옵션 만기일인 14일 3674억원을 순매도함으로써 피크를 이뤘다.

이후 선물·옵션 만기일의 해방감이 포드의 대우차 인수 포기 발표로 급반전된 지난 15일 오후장에서 매도가 늘어나 975억원을 순매도했으나 1000억원 미만으로 줄었고, 투매사태로 ‘블랙먼데이’였던 지난 18일에는 이보다 적은 615억원으로, 그리고 19일에는 55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아울러 대한민국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반도체주에 대해 매도에서 매수세로 전환했다. 이날 거래소 집계 결과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32만8000주, 현대전자는 10만여주 순매수했고, 정보통신 대표주인 SK텔레콤에 대해서도 매수전환했다.

◆ ‘셀 코리아’(Sell Korea) 고비 벗어난 듯

외국계 주식운용 전문가들은 이 같은 외국인들의 매도축소 경향이 눈에 띄게 줄면서 태도변화가 목격되고 있다면서 ‘코리아 팔자’(Sell Korea) 분위기는 일단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증권사의 주식운용 임원은 “외국인들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 시점에서 매수우위로 돌아선다고는 확언할 수 없지만 어쨌든 추가로 팔자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동안 삼성전자에 대한 매도는 D램가격 하락, TFT-LCD 공급과잉, 인텔 급락 등의 영향에 따른 것이고 대우차 문제까지 가세된 데 따른 트레이딩 매도(trading sell) 분위기가 강했다”면서 “그러나 악재란 악재는 다 노출됐고 단기 낙폭과대 시점이고 외국인들의 팔자주문도 크지 않아 일단 과매도국면은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의 주식운용 임원도 “어제 외국인들의 매수대금과 매도대금이 엇비슷했고 주가 반등이 외국인들의 삼성전자 매수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면서 “주가가 바닥이 어딘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셀 코리아(Sell Korea)는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셀 코리아가 아니라는 근거에 대해 이들 전문가들은 ▲ 악재 노출과 단기 낙폭과대, 반도체주식 매수세 유입의 요인 외에도 ▲ 외국인들의 매매주문의 분위기와 공격성과 매도지속성 등의 경험사례를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외국계 한 임원은 IMF 위기시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그 때에는 팔자주문 때 시장가격에 모두 팔아달라는 주문을 하면서 천단위, 백단위가 아니라 한자리수 단위의 자투리 수량(예를 들어 1000주를 팔아달라가 아니라 1121주를 팔아달라는 식)까지 제시했다”면서 “특히 무조건 팔아달라고 하는 패닉(panic) 현상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셀 코리아라면 은행주에 대해서도 이런 식이 아니라 일주일 이상 공격적인 매도세가 지속됐을 것이고, 환율과 금리가 급등하는 시점도 이번주가 아니라 삼성전자를 1조원 이상 매도한 지난주에 그랬어야 했다”면서 “환율과 금리 급등은 자금현상이라기보다는 대우차 악재에 따른 심리적인 반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 ‘바이 코리아’(Buy Korea)도 아니다

그러나 국내 증시가 내외부 악재에 둘러싸여 있고 수급불균형이 심화되는 상황인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매도세 완화가 곧바로 매수세 전환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기관들의 매수세 중 증권상품 편입분을 제외할 경우 외국인들의 매매동향이 향후 증시를 가름할 것”이라면서 “현재 추가 낙폭은 크지 않을 것이지만 상승모멘텀을 찾을 수 없어 외국인들이 바이 코리아(Buy Korea)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경기 둔화가 논의되는 시점이어서 향후 큰 강세장은 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고유가, 반도체 가격 하락, 구조조정 등의 악재가 노출된 시점에서 추가 팔자는 없을 것이나 반대로 크게 올라갈 장도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19일 장에서 외국인들이 반도체를 제외한 우량대형주와 은행주에 대해서는 매도세를 늦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런 태도가 반증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19일 반도체주 순매수와는 달리 한국통신 8만여주, 한국전력 20만주, 현대차 63만주, 삼성SDI 19만주를 순매도했다. 또 신한은행에 대한 매수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 44만주, 주택은행 37만여주, 하나은행 28만주를 매도하고, 한빛은행은 저가에도 불구하고 무려 193만주나 매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 외국인들의 관심 종목은 무엇인가

외국계 임원은 “삼성전자나 현대전자의 경우 낙폭과대로 사자 분위기가 있으나 앞으로 이들 주식은 세계(Global) 동향과 연계된 변동성으로 국내 자체적으로 상승세를 갖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아울러 한전과 포철은 민영화일정과 관련되고 은행주는 아직 난감한 상황이어서 상승세를 주도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임원은 “하우스 입장에서 반도체는 사되 은행주는 저가메리트에도 불구하고 건드리지 말자는 입장이다”면서 “대우차로 추가 대손충당금 소요액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구조조정 문제로 은행주에 대한 기피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전력과 포항제철, 한국통신 등 세계적 변동성이 적고 취약성이 적은 대형우량주에서 상승모멘텀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계 임원은 “개인적으로 한국통신은 민영화로 정부지분이 매물화될 가능성이 있어 SK텔레콤처럼 수급불균형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반도체처럼 외풍이 많지 않고 물량부담 가능성도 적은 한국전력과 포항제철 등의 향후 가능성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외국계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악재가 노출되고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진정됐다고 하지만 추가 악재의 돌출 가능성을 막고 현재의 경제현안에 대한 해결하지 않으면 향후 증시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경고했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앞으로의 증시여건이 내부 악재도 있으나 증시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빚어졌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잠재 위기에 대한 분명한 사고부터 경제현안과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적 대응까지 일관성과 신뢰성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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