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에서도 '朴장관 사퇴론'

  • 입력 2000년 9월 19일 19시 14분


여당인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 사퇴론이 나왔다. 한빛은행과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대출 압력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한 데 이어 엊그제 민주당 최고위원 워크숍에서는 박장관 사퇴문제가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민주당은 일부 최고위원의 ‘사퇴론 제기’ 증언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는 그런 일이 없었다며 논의 자체를 일단 부인했다. 그러나 어제 열린 의원총회에서 많은 의원들이 또 박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나서 여권의 박장관 사퇴론은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자민련에서도 박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박장관 사퇴론이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사퇴론이 나온 배경이다. 한빛은행 사건과 보증기금 사건의 외압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만 난국을 풀 수 있고 그러자면 박장관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상황 판단이 여권에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여권 관계자들도 지적했듯이 이번 사건의 핵심은 박장관이 압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따라서 박장관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엄정하고 투명해야만 검찰은 물론 정부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이 “현직 장관으로 있으면 과연 철저한 수사가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특별한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실세 장관’을 상대로 검찰이 엄하게 추궁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박장관 자신은 억울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기 위해서는 장관직을 사퇴하고 검찰의 수사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여론인 것 같다.

검찰도 이제는 더 이상 앞뒤를 잴 필요가 없다. 박장관 등의 대출보증 압력을 거절한 뒤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의 보복성 내사를 받았다고 주장해온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가 21일 자진 출두하겠다고 밝힌 만큼 검찰은 박장관을 소환해 대질신문도 해야 한다.

거듭 강조했듯이 한빛은행사건과 보증기금사건은 별개가 아니다. 동부지청에 맡겨놓은 보증기금사건을 서울지검 본청에서 한빛은행 사건과 함께 수사하도록 수뇌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또 단순 사기극이란 잠정결론에 얽매이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전면 재수사하기 위해선 조사부가 아닌 특수부에 사건을 재배당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지 않으면 특검제로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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