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한국, 스페인에 0-3 완패…수비보완 시급

  • 입력 2000년 9월 14일 23시 54분


한국과 스페인의 시드니올림픽 축구 예선 B조 첫 경기가 열린 14일 애들레이드 하인드마시 스타디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경기장 입구에 길게 늘어선 호주 관중 앞에서 붉은색 스페인 전통 의상을 차려입은 두 소녀가 강렬한 리듬에 맞춰 화려한 플라멩코를 추고 있었다.

잠시 춤을 멈춘 빅토리아 캐스틴로(15)는 “한국에 대해 잘 모르지만 스페인의 승리를 확신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반면 경기 시작전 스탠드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 이루다씨(30)는 “멜버른에서 친구와 후배 30명과 버스에 나눠 타고 9시간동안 밤새 운전해 달려왔다”며 “목이 터져라 응원할테니 우리 선수들도 사력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빠르면서도 부드럽고 현란한 리듬의 스페인축구가 한국축구의 사투를 비웃으며 3―0으로 완승했다.

한마디로 이날 한국은 총체적인 전술은 물론 미드필드 수비, 컨디션 피크 포인트 조절 등 모든 면에서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미드필드와 수비 실책으로 전반에만 연속 3골을 내준 것이 치명적이었다. 첫 골은 고종수가 벨마라산을 막지 못해 중거리슛을 허용했고 두번째 골은 김도균과 김상식의 패스가 좋지 않아 볼을 가로채기 당한 것이 뼈아팠다. 세번째 골은 박지성의 헛발질이 원인이었다.

한국은 전날 세운 전략도와는 달리 상대 플레이메이커 사비를 전담 마크하기로 했던 김상식을 스토퍼로 내리고 박지성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세우는 등 전술에 변화를 주며 경기에 나섰으나 첫 골을 내준 후 강철을 김상식 자리로, 박지성을 강철 자리로 돌리는 등 상황에 따라 급박하게 포지션을 변경하며 허둥댔다.

수비에서 허둥대다 보니 모처럼 잡은 역습 찬스도 패싱볼이 좋지 않아 최전방에서 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기대를 모았던 이천수 역시 큰 무대에서의 경험 미숙을 극복하기에는 버거워 보였다. 플레이메이커 고종수도 몸이 무거운 듯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애들레이드〓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축구경기 기록▼

▽남자축구 예선

△B조

스페인 3―0 한 국

(1승) (1패)

칠 레 4―1 모로코

(1승) (1패)

△D조

일 본 2 ― 1 남 아 공

(1승) (1패)

브 라 질 3 ― 1 슬로바키아

(1승) (1패)

▽여자축구 F조예선

중 국 3 ― 1 나이지리아

(1승) (1패)

미 국 2 ― 0 노르웨이

(1승) (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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