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히스패닉 헤리티지상 받은 앤서니 퀸

  • 입력 2000년 9월 14일 18시 47분


“좀 늦은 감이 있죠. 하지만 아예 안 주는 것보다는 나아요.”

앤서니 퀸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받은 히스패닉 헤리티지 상에 대한 얘기였다.

그는 퀸이라는 이름 때문에 멕시코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인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아일랜드에서 멕시코로 건너와 멕시코 여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민 이주민이었다. 퀸은 “내 아버지 프란체스코도 나처럼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았다. 그래서 자신이 훌륭한 멕시코인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혁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100% 멕시코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자신에게는 오히려 좋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멕시코인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에 너무나 지독하게 화가 나서 그만 배우가 됐다는 것이었다.

4월에 85세가 된 퀸은 지난 50여년간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 불굴의 생명력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

그는 지금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며, 1년에 적어도 한 편의 영화에 출연한다.

퀸은 지금까지 150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하고 두 번이나 아카데미 최우수 남우조연상을 받았지만, 영화 속에서 남미인의 역할을 맡은 적은 매우 드물다. 그는 처음부터 모든 민족을 다 연기할 수 있는 배우였다. 그는 중국인, 말레이시아인, 훈족, 에스키모, 아랍인, 몽골인을 연기했으며, 이탈리아인을 연기한 적은 셀 수도 없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처럼 그리스인을 연기한 적도 몇 번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죽거든 멕시코에 묻어달라는 유언장을 작성했었다. 치후아후아 산의 꼭대기에 있는 바위 위에 자신의 시신을 놓아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4월에 멕시코에 갔다가 헬리콥터로 그곳을 돌아본 다음 로드아일랜드에 있는 나무 밑에 묻히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의 아내가 치후아후아 산을 돌아보면서 “당신이 이렇게 멀리 있으면 내가 어떻게 당신한테 꽃을 갖다 주죠?”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http://www.nytimes.com/2000/09/07/arts/07QUI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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