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유학 30代 아파트서 피살…동생도 행방불명

  • 입력 2000년 9월 8일 22시 58분


일본 교토(京都)의 한 아파트에서 7일 교토대 의학부 대학원생 길정수(吉政洙·35)씨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길씨는 흉기에 찔린 뒤 불에 타 숨져 있었다.

경찰은 길씨가 6일 오후경 살해된 것으로 추정하는 한편 면식범에 의한 살인 및 방화사건으로 보고 길씨의 교우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길씨는 98년 8월 교토로 유학을 온 뒤 지난해 3월 이 아파트 2층으로 이사왔다. 이 아파트는 120여명이 입주해 있는 7층짜리 건물로 1층은 전시공간이며 2층부터 주거층이다.

큰아들 정수씨의 날벼락같은 피살소식에 아버지인 길용현씨(61·경희대 지리학과교수)는 “공부밖에 모르는 순한 아이인데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했는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며 망연자실해 했다.

길씨는 한 달에도 한 두 번씩 집으로 전화하던 아들에게서 계속 연락이 없자 6일 지도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이 같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정수씨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유전공학 석사과정을 거쳐 98년 8월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京都)대 의학부 대학원에 들어갔으며 내년 가을경 박사학위를 따 귀국할 예정이었다. 정수씨가 숨진 채 발견된 아파트에서 같이 살던 막내 용수씨(25)도 행방불명 상태다. 길씨는 “올 1월 부모가 보고싶다며 잠시 귀국했을 때 이번 학기엔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 받게 됐다고 좋아하던 큰아들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피살소식을 듣고 길씨의 부인과 둘째 아들은 7일 일본으로 떠났다.

<도쿄〓심규선특파원·최호원기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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