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셀 코리아'전조인가…외국인들 삼성전자株 대량매도

  • 입력 2000년 8월 31일 19시 08분


외국인의 대대적인 삼성전자 매도공세로 주식시장이 휘청대고 있다. 일각에선 셀 코리아(Sell Korea. 한국물 내다팔기) 의 전조가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반도체 주식을 지속적으로 내다 판다면 한국 증시는 기약없는 나락 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31일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들이 무려 3000억원 가까운 매도공세를 펼치면서 전날 종가보다 30.31포인트(4.21%) 급락한 688.62를 기록,69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만 무려 294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들 셀 코리아 인가=펀드매니저들은 이날 개장초부터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에 대해 팔자 포지션을 취하자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외국인들의 매도공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거세졌다. 삼성전자 매도물량은 쟈딘플레밍 창구에서 60만주,모간스탠리에서 20만주,ABN암로에서 15만주,크레디리요네증권에서 10만주 등 100만주 이상 쏟아졌다.

한 펀드매니저는 외국인들이 전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망라해 삼성전자를 100만주 이상 팔아치운 전례가 없다 며 전혀 예상치 못한 일 이라고 털어놨다.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외국인들이 이익실현을 위해 추세적으로 삼성전자를 팔기 시작했다면 이는 한국물을 팔기 시작했다는 반증 이라며 특히 연기금 등 장기투자펀드에서도 삼성전자를 팔기 시작한 점이 우려된다 고 말했다.

▽삼성전자 왜 파나=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이 갑자기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31일 주식시장의 화두였다. 해석은 분분했지만 진의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단초를 제공한 것은 UBS워버그증권의 삼성전자 리포트. 이 증권사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종전의 강력매수(스토롱 바이)에서 매수(바이)로 한단계 하향조정했으며,목표주가도 종전 70만원에서 63만원으로 떨어뜨렸다. 2001년 반도체 D램가격이 꺾일 가능성이 있는데다 TFT-LCD의 가격마저 하락추세를 보여 내년에는 주당순이익(EPS)증가율이 둔화될 수 있다 는게 보고서의 골자였다.

마이애셋 최남철상무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며 하지만 부정적인 삼성전자 보고서,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의 주가약세,선물시장 약세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압박과 장기간 횡보조정에 따른 실망감이 겹쳐 삼성전자를 팔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고 분석했다.

▽9월전망도 어두워졌다=당초 증시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하지 않을 것 이라는 전제하에 9월장세를 그나마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같은 전제가 무너지면서 9월장세는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9월 공급물량은 거래소와 코스닥을 합쳐 총 1조5000억원선으로 8월(4조9000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수급상황은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

하지만 외국인이 매도공세를 취하면 다소간의 수급개선은 증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TB 장사장은 포인트는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공세가 추세적이냐,일시적이냐는 것 이라며 9월1일 이후의 외국인 매매동향에 따라 하반기 국내증시의 명운이 달렸다 고 강조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