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보다 국민 보고 정치를

  • 입력 2000년 8월 30일 18시 41분


민주당은 어제 전당대회 경선을 통한 최고위원 선출에 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정권 제2기의 견인차 역할을 다짐했다. 마땅히 축하하고 또 그들이 펼쳐 보일 새 정치에 기대를 걸어야 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정치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정이 총체적 난맥에 빠지고 정치 사회적 혼돈 혼미가 집권당이 안고 있는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비판만 거세다. 민주당은 호기롭게 새 출발을 다짐했지만 많은 국민은 냉소하거나 외면하고 심한 경우 “집권당으로서 정국수습조차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전당대회냐”는 비아냥거림도 서슴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전당대회 날 청와대로 침묵행진 시위를 한 것도 이런 여론의 일부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왜 그런가. 집권여당이 정치의 중심에 바로 서서 당당한 정치를 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는 일마다 흠 투성이로 오히려 말썽만 일으키고도 사태수습은 뒷전인 채 정쟁이나 작은 정치적 승부에만 골몰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의료파업이나 경제불안, 정부의 도덕성 시비 등으로 민심이 흐트러졌는데도 민의를 읽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말로는 정치개혁을 주장하면서도 행동으로는 구시대적 ‘날치기’를 부끄럼 없이 해치웠는가 하면 잘못을 사과하라는 주장도 일축했다. 급기야 스스로 ‘선거비용 실사 개입 의혹’을 만들어내고도 이를 비판하는 세력에 오히려 역공하는 낯뜨거운 모습도 서슴지 않았다.

국민은 16대 총선 이후 민주당이 나아갈 방향을 못 잡고 우왕좌왕하며 개혁의 의지 또한 상실했다고 생각해왔다. 당 운영이 이른바 실세라는 몇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등 당내 민주화와는 거리가 멀고 국민보다 청와대를 보며 정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면모를 갖춰 새 출발하려는 민주당에 이런 지적들은 가혹하게 들릴지 모른다. 정치란 상대가 있다며 야당을 핑계삼을지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이야말로 단견이다. 여당은 나라와 국민에게 무한책임을 져야 하며 정도(正道)정치를 통해 법과 질서, 체제를 유지해야 할 책무를 지기 때문이다.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진 이 정국을 풀려면 민주당은 제 살을 에고 뼈를 깎는 자성의 모습을 보여야한다. 잘못은 깨끗이 사과하고 집권 측과 관련된 의혹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투명하게 파헤치겠다는 각오 없이 난국은 풀리지 않는다. 자기개혁을 선행하지 않고는 어떤 개혁도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민주당 새 지도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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