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닥 수렁'에 빠진 현대-LG

  • 입력 2000년 8월 27일 19시 36분


코스닥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현대그룹의 계열사 정상화와 LG그룹의 정보통신(IT)그룹 변신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지지부진한 코스닥시장이 재벌의 정상화 또는 변신 노력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

▽현대, 코스닥시장에 배신당해〓현대그룹은 자기자본 1조2000억원이 모자라 존립 위기를 겪는 현대투신증권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현대아산이사회 정몽헌회장이 현대정보기술 9816주와 현대택배 177만3331주를 팔아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현대정보기술은 주당 10만원, 현대택배는 주당 4만9000원으로 평가해서 정회장이 879억원을 마련해 유상증자 자금으로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현대측은 코스닥시장을 믿고 금융감독원과 맺은 경영개선협약에 이를 명문화했다. 그러나 8일 코스닥시장에 진입한 현대정보기술 주가는 연일 하락곡선을 그려 25일에는 1만6600원으로 추락했다. 당초 주당 평가액의 16%에 불과한 수준이 된 것. 현대택배는 주당 희망공모가가 최고 7000원으로 책정됐다.

정회장이 지금 주식을 팔 경우 단순계산상 126억원만 손에 쥐게 된다. 당초 필요한 자금의 14%밖에 되지 않는 셈. 다급해진 현대는 필요한 총 자금 1조2000억원을 외자유치로 마련하기 위해 금융계열사 수뇌부가 모두 해외에 나가 동분서주하고 있다.

만약 현대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증권예탁원에 담보로 맡긴 현대정보기술 현대택배 현대오토넷 주식은 처분될 위기에 몰리고 대주주가 사재를 추가로 털어서라도 증자를 해야 하는 벼랑끝에 서게 되는 것.

▽LG는 경영전략 차질 빚어〓이동통신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유무선통신사업을 병행 추진하는 전략의 하나로 하나로통신 지분 확보에 나섰던 LG그룹 역시 코스닥시장 급랭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LG그룹은 계열사였던 LG화재를 통해 하나로통신 지분을 확보했다. 3∼4월 약 2개월간 고객의 보험료 1361억원으로 802만여주를 사들였다. 주당 평균매입가격은 1만6960원이지만 25일 현재 주가는 5920원으로 평가손실이 800억원이 넘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전력 자회사인 파워콤의 민영화로 하나로통신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이 때문에 LG그룹 구조조정 고위관계자는 최근 “하나로통신 인수를 포기했다”고 밝혀 실책을 자인했다.

고객돈을 잘못 운용해 손실을 입힌 LG화재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임직원이 문책을 받았고 1·4분기(4∼6월) 당기순이익이 503억원으로 3월결산 손해보험사중 적자가 가장 많은 보험사로 낙인찍히는 업보까지 입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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