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43년만에 高校재입학 윤형근 할아버지

  • 입력 2000년 8월 25일 18시 50분


올해 62세인 윤형근(尹馨根·충북 음성군 금왕읍 무극리)씨는 내달 1일 모교인 청주농고 원예과 2학년에 재입학, 손자뻘의 고교생들과 나란히 수업을 받는다.

학교측은 25일 “교육부의 입학 허가 통보에 따라 오늘 윤씨에게 입학 통지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6·25 때 부친이 납북된 뒤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고교 2학년 때인 57년 11월 학교를 떠났다. 이후 그는 논농사와 축산 공장일 아파트 경비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고 결혼을 해 5남매를 뒀다. 5남매 중 2명은 명문대를 나온 뒤 각각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 부친이 월북자로 호적에 기재되는 바람에 공무원 시험을 포기해야만 했던 윤씨의 한을 풀어 주기도 했다.

43년 만에 학교로 돌아온 ‘할아버지 고교생’의 각오는 다부지다. 26일 퇴임하는 이 학교 김태준(金泰駿)교장과 이용휘(李龍徽)교감은 고교 입학 동기이고 신임 정호선(鄭浩善)교장은 1년 후배이지만 윤씨는 학교 인근에 방을 얻어 수업에 늦지 않도록 하고 원칙대로 교복도 입겠다고 밝혔다. 또 7년간 독학으로 익혀 왔고 지난 1년 반 동안 중국 광바오(廣報)대학에서 어학 연수까지 마친 중국어를 방과 후 동급생들에게 가르치는 등 교내 활동도 활발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씨는 “관광이나 잡기로 소일하기보다 배우고 도전하는 노년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해 전문 통역사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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