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세계스타]터키 역도 무틀루 '제2의 술레이마놀루'

  • 입력 2000년 8월 23일 18시 50분


12년전, 서울 올림픽. 1m50 남짓의 체구와 어린 아이같은 얼굴, 그러나 그 모습에 어올리지 않는 ‘괴력’을 발휘하던 터키의 역도 선수가 있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 체중의 3배를 번쩍 들어올리던 ‘작은 역사(力士)’, 나임 술레이마놀루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서울올림픽 60kg급에서 우승했던 술레이마놀루는 이후 체급을 바꿔 바르셀로나 올림픽과 애틀랜타올림픽 64kg급에서 우승,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술레이마놀루는 이후 은퇴를 선언했다가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현역에 복귀했으나 32세가 된 지금, 세월의 무게를 들어올리기에는 힘이 부치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세계 역도의 스포트라이트는 여전히 술레이마놀루의 조국인 터키에 모아지고 있다. 바로 술레이마놀루의 ‘후계자’로 불리는 하릴 무틀루(27·사진)가 있기 때문이다.

무틀루는 국제역도연맹(IWF)이 선정한 ‘1999년 최우수 남자 선수’. 유럽선수권과 세계선수권 54kg급에서 전관왕을 차지했고, 인상(137.5kg)과 용상(166.5kg)에서 모두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무틀루는 54kg급 세계 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당시의 관심은 온통 올림픽 3연패를 이룬 술레이마놀루에 쏠려 무틀루의 분전은 상대적으로 빛을 잃었다.

무틀루는 여러 면에서 술레이마놀루와 닮았다. 1m50 정도의 작은 키에서 뿜어나오는 힘이나 불가리아를 떠나 터키를 새 조국으로 택한 이력이 똑 같다. 술레이마놀루가 86년 불가리아에서 터키로 망명했던것과 마찬가지로 무틀루도 16세때인 89년, 가족과 함께 터키로 망명했다. 불가리아의 터키계 소수 민족 차별이 그 이유.

73년 불가리아 키르칼리에서 터키계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무틀루는 불가리아의 역도 선수 조기 발굴 계획에 발탁돼 10세때부터 체계적인 역도 수업을 받아 90년 17세의 나이에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컨디션 난조로 5위에 그쳤으나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꿈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4년. 무틀루는 시드니 올림픽에서 선배 술레이마놀루를 넘어선 역도계의 최고 스타로 거듭날 꿈에 부풀어있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