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무기력 장세 지속..美증시 변수

  • 입력 2000년 8월 21일 16시 47분


증시가 3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무기력 증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지수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고객예탁금이 지속적으로 줄고 거래량도 급감하는등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다.특별한 상승 모멘텀이 없어 이같은 조정장세를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 다만 해외 증시와의 연동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에서 예상대로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경우 미 증시가 활기를 보이면서 단기적으로 국내증시에 호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무기력 장세 지속

21일 증시는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감, 금리와 국제 유가의 오름세등으로 투자심리가 움추러든 가운데 주도주 및 투자주체 부재가 이어지면서 무기력 장세를 이어갔다.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5.74포인트 내린 722.58을 기록했고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2억2555만주와 1조3309억원에 머물러 관망 분위기가 짙었다.

사상 최대규모의 상반기 실적 발표이후 반짝했던 증시가 3일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장기 조정국면에 들어간 모습이다.

삼성전자,현대전자등 반도체 관련주가 미국 증시에서의 반도체 강세에 힘입어 오름세를 보였지만 지수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화증권 윤형호 기업분석팀장은 "증시를 끌어올릴 특별한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기업들의 상반기 실적이 좋은 덕에 하방 경직성도 유지되고 있어 증시는 당분간 횡보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증시의 체질은 현재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진 것이 현실이다. 고객예탁금은 지난7월중순 10조원대에서 지속적으로 빠져 17일현재 8조8000억원을 기록하고 있고 투신사의 간접투자상품에도 신규자금 유입이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 잔고가 9000억원대에 달해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코스닥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코스닥지수가 2.38포인트 떨어진 112.48로 마감돼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고 거래량은 1억8919만주에 머무는등 거래 자체가 부진했다.

SK증권 강현철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의 경우 지수가 야금야금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같은 하락세가 더욱 나쁘다"며 횡보속의 하락장에서는 반등도 큰 힘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인터넷주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최근 테마주로 떠올랐던 A&D(Acquisition & Development) 관련주들이 오히려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A&D란 전통산업에 기반을 둔 기업을 인수해 인터넷등 첨단기업이나 첨단기업 지주회사로 변신을 시도하는 것. 기업변신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SK증권 강 애널리스트는 "인터넷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약해지면서 벤처에 투자한 전통산업주들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투자가 주가에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현상 다시 강화

국내의 증시 체력이 약화되면서 다시 미국 증시에의 동조화 현상이 심화돼 나스닥시장의 주가 흐름이 국내 증시에서 관련 종목들의 등락을 좌우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유일한 매수 주체로 나서고 있는 것이 증시 동조화의 가장 큰 원인. 21일 국내 증시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등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인 것도 지난주말 미 증시에서 메릴린치의 보고서 영향으로 마이크로테크놀러지등 반도체 종목이 크게 상승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측면에서 22일 국내 증시는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를 하루 앞둔 21일의 미국 증시 분위기가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주말만 해도 미국증시는 관망 분위기가 강했으나 FOMC가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이재료가 선반영될 경우 21일 미국 증시는 의외의 강세장을 연출할 가능성도 적지않다.

미국의 경우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강세 요인이 많아 단기적으로는 국내증시에 반등 모멘텀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한화증권 윤팀장을 밝혔다.

◆개별 종목 위주의 투자가 바람직

증시에 뚜렷한 방향성이나 특정 테마가 형성되지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투자가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SK증권 강 애널리스트는 상승 모멘텀이 별로 없는 상황이므로 현금 보유를 늘리는 전략이 당분간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한화증권 윤 팀장은 트렌드가 읽혀지지않는 횡보장세에서는 실적에 근거한 개별종목 위주의 투자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외국인들이 장을 주도하는 장에서는 외국인이 선호하는 반도체와 핵심블루칩도 관심을 가질만 하지만 이들 종목은 상대적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아 높은 수익률을 내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승윤<동아닷컴 기자>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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