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양방에선]뼈 연장하는 수술도 선별적 시술

  • 입력 2000년 8월 6일 18시 30분


최근 TV를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명문대 학생이 부모를 살해한 끔찍한 사건의 들춰진 범행 동기 중 자신의 작은 키에 전혀 신경쓰지 않은 부모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숨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요즘 신문과 방송에서 ‘키’에 대해 자극하는 프로그램과 광고가 자주 눈에 띈다. 어떤 사람은 음식인지 약인지 경계가 모호한 것을 먹으면 키가 쑥쑥 커진다고 하고 어떤 이는 특별한 운동을 하면 키가 커진다고 한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선 성년의 연예인을 앞세워 뒤늦게 키를 키울 수 있다고 소란을 피우고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더욱 혼란스럽다. 청소년들의 마음을 마구 흔들고 있다.

그러나 사람의 키는 유전에 의해 결정되고 성장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어릴적에 건강하다면 예정대로 다 자라고 그렇지 못하다면 덜 자랄 따름이다. 특정 약이나 운동이 건강한 아동의 키를 더 크게 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성장호르몬 결핍과 구루병이 왜소증을 일으키는 질환인데 이는 병원에 가면 금방 알 수 있다. 뼈를 연장하는 수술로 키를 키울 수는 있지만 이 수술도 다 자란 남성이 155㎝, 여성이 150㎝ 이하일 경우 선별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여자 16세, 남자 17세면 키는 다 자란다. 그 뒤로는 결코 더 자랄 수 없다. 그때의 키는 누구나 받아들여야 할 삶의 조건이다. 이때부터는 키보다 인격의 성장에 더 신경써야 하는 것이다.

이석현(고려대 구로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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