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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8월 1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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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히바우두와 호나우두를 꼽을 수 있다. 단 브라질이 예선을 통과하고 이들의 몸 상태가 정상이라는 전제 조건은 붙는다. 지단은 물론 한국행 비행기를 탈 것이다.
피구는 자신을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사이에서 장기판의 졸(卒)처럼 조종하는 은행가와 에이전트, 정치인들이 포르투갈을 위해 뛸 기회를 준다면 본선 무대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밤하늘의 별무리처럼 이탈리아 각 클럽을 떠도는 아르헨티나의 많은 스타도 후보 명단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카누도 한국에 갈 것이다. 소속팀 아스날과 조국 나이지리아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 기린같은 사나이를 두 조각으로 쪼개 놓지 않는다면….
클럽팀과 조국. 어느 쪽에 시간을 할애할 것인지를 두고 도처에서 격전이 치러지고 있다. 이는 지극히 정상적이다. 월드컵이 횟수를 더해 가면서 스타 선수들이 가장 중요한 마케팅 심벌이 되었기 때문이다.
스포츠계에서 명예는 짧고 부(富)는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그래서 스타는 움직일 때마다 변호사와 회계사 비즈니스 조언자로 이뤄진 소군단을 그림자처럼 대동한다.
유럽은 돈에 미쳐 있다. 한국의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일본은 이미 나카타의 ‘우상화 열기’를 통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만약 안정환이 이탈리아에서 성공한다면 한국인들도 축구선수 개인에 대한 유럽 마케팅의 위력을 실감할 것이다.
그러나 해도 너무 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프티는 긴 금발을 말총머리로 묶은 프랑스 선수다. 일반 팬은 그가 자신의 재능과 몸상태, 월드컵에 대한 의욕을 잘 유지한다면 2002년 한국에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더 중요한 조건은 그가 월드컵에 시간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프티는 아스날의 아신 벵거 감독이 데려다 특급 미드필더로 조련시키기 전까지는 평범한 왼발잡이 선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벵거 감독은 지난주 그를 잃고 말았다. 바르셀로나가 수조페스타(스페인 화폐단위)에 이르는 돈을 들고 그를 사러 왔기 때문이다.
세금을 떼고 매주 6만달러, 지중해변의 빌라, 메르세데스 시리즈 중 최고급 차, 연금…. 프티는 바르셀로나의 계약 조건 앞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계약 조건에 대해 오랫동안 입씨름했다.
무엇이 그들을 옭아맸을까. 바로 프티의 웹사이트였다.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는 선수들은 웹사이트를 하나쯤 갖고 있다. 에이전트들이 ‘닷컴 혁명’이 인기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며 개미처럼 부지런하게 선수들을 웹사이트 대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오베르마르스가 지난주 바르셀로나에 합류했을 때 그 첫 뉴스는 TV나 신문이 아닌 그의 개인 웹사이트인 아이콘스닷컴(www.icons.com)을 통해 발표됐다.
그는 비즈니스 재능이 비상했다. 그의 이름은 조국 네덜란드에서 구식차를 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에 신뢰감을 빌려주고 있다. 아마도 그에게는 오랜 부상 기간조차도 자신의 이미지와 비즈니스 거래를 위해 일할 절호의 찬스로 활용될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그에게서 화려한 플레이와 번뜩이는 골감각 이상의 더 많은 것을 뽑으려 할 것이다.
오베르마르스를 만들어 낸 루이스 반 할이 새 사령탑에 올라있는 네덜란드는 월드컵 본선진출을 위해 그의 눈을 주식시세표에서 떼 놓길 원할 것이다.
아울러 프랑스도 2002월드컵 본선에 자동 진출하지만 프티가 대표팀에 합류하길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 프랑스 축구연맹은 우선 그를 위해 만들어진 새 웹사이트에 간청해야 할 것이다. 그의 프랑스인 변호사들과 영국인 에이전트들이 일요일 밤 몇 시간 사이에 이미 바르셀로나에 고강도 기합을 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프티가 밝힌대로 축구선수들은 점점 더 비즈니스의 명제가 돼가고 있다. 이게 바로 세계 스포츠계의 조류다. 요즘은 이적료가 너무 엄청나 클럽들이 가능한 한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프티의 이적을 놓고 벌인 그날 밤 협상은 바르셀로나닷컴(www.barcelona.com)이 예컨대 프티닷컴(www.petit.com)이든 뭐든 그의 새 인터넷 그룹이 고르는 이름의 웹사이트에 얼마나 더 많이 양보할 수 있는지를 지켜보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서울에서 월드컵이 개막할 즈음 흥분과 열광을 자아내는 그 모든 것이 엄청난 값으로 다가올지라도 놀라지 말라. 유럽의 변호사들은 현재 환상적인 골과 파괴력 넘치는 태클, 절묘한 골 방어 등에 대한 판권을 획득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그들의 입을 빌리면 이제는 축구도 미국의 프로 스포츠나 뮤직 비즈니스 또는 스크린 배우같이 됐다는 것이다.
선수들 역시 자신들의 위대한 움직임 하나하나에 대한 로열티를 받고 싶어한다.
내가 만약 한국의 방송 관계자라면 늦기 전에 당장 스타들의 멋진 플레이 장면을 방영할 것이다. 나중엔 그 스타들에게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서야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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