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맛집]서울 서초동 '사리원'

  • 입력 2000년 7월 28일 18시 40분


오늘 아침 회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도 화기애애했다. 장마가 끝나고 다음주부터 휴가가 시작되어서인지 마음은 벌써 피서지에 가 있는 듯 들떠 있었다. 게다가 전반기 우리 과의 실적이 초과달성돼 하사금이 내려왔다는 과장님의 발표에 모두들 환호성을 지른다. 회식을 하겠다니 장소를 정하는 건 역시 우리 올챙이들 몫이다.

상봉을 앞둔 이산가족들이 저렇게 설레고 있는데 우리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좋아한다는 와인 한번 마셔볼까.

와인이 썩 잘 어울리는 불고기집이 있다. 와인이란 맛과 멋과 분위기의 삼박자가 맞아야 음식과 어우러져서 제 맛을 내는데,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사리원은 불고기집이면서도 전혀 불고기집 같지 않은 곳이다. 연기도 냄새도 없다. 회식을 하거나, 가족끼리 가거나 외국인과 가도 손색이 없는 고풍스러운 유럽식 실내 분위기다.

보통 불고기는 물기가 자박자박하게 갖은 양념에 재워 나오지만 사리원 불고기는 다르다. 얇게 썬 등심을 과일과 야채로 만든 소스에 찍어먹는다. 설탕이나 조미료를 넣지 않아 쇠고기의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그대로 살아난다.

넷이 가면 1인분에 1만5000원인 불고기를 2, 3인분만 시키고 냉면(5500원)이나 된장찌개(5000원)를 먹으면 충분하다. 버섯과 야채만 나오는 야채불고기(1만2000원)도 있고 사골육수에 재워 나오는 양념불고기(1만1000원)도 별미다.

사리원은 와인을 꼭 필요한 반주로 생각하는 집이어서 와인값이 다른 음식점에 비해 절반 정도다. 마주앙 메독(2만원)이나 캘리포니아 와인으로 캔달잭슨사의 멜롯(4만6000원)이 한국음식과 썩 잘 어울린다. 오전 11시반부터 밤 10시반까지 문을 연다. 주차를 대행해준다. 02―3474―5005

김재찬(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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