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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27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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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시민들은 이 회사 주식을 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투기 열풍은 제2, 제3의 남해주식회사를 양산했다. ‘비누제조기술’을 혁신하겠다는 기업이 나오는가 하면 ‘영원히 움직이는 물체’를 개발했다는 회사까지 별의별 기업이 다 생겼다. 외견상으론 얼마 전까지 한창이었던 국내의 벤처붐과 비슷했다.
마침내 거품법(Bubble Act)이 제정되고 거품이 꺼지면서 주가는 갑자기 폭락했다. 엄청난 후유증이 이어졌다. 회사 관계자들은 자살했거나 감옥행이었다.
이런 투기 열풍을 부채질한 요인 중 하나는 이 회사의 주식이 정부 각료와 의회의 주요 인물들에게 뇌물로 건네졌다는 점이다. 고위층에 준 뇌물이라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투기를 부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무원 등 고위층의 주식 투자가 문제가 되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이 잘 나가는 코스닥 주식을 갖고 있는 게 밝혀져 직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의 시선이 따가웠다. 증권시장엔 이따금씩 내로라 하는 권력층이 어떤 주식을 갖고 있다는 루머가 돈다. 코스닥에 등록될 어떤 종목은 모씨가 투자하고 있으니 안심해도 될 것이라는 얘기들이다.
이런 저런 얘기들이 나돌자 금융감독위원회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없는 걸 보면 묘안이 없는 모양이다. 원래 주식 관련 공무원이나 공인회계사들은 상장 주식이나 코스닥 주식을 원칙적으로 취득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그 밖의 주식, 예컨대 벤처기업 주식은 법적으로 취득이 허용돼 있다.
금감위는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벤처주식이라도 취득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특히 업무와 관련돼 코스닥 등록 이전의 주식을 취득한 사실이 밝혀지면 뇌물수수로 간주해 고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공무원에 대한 주식 투자 금지 조치가 효과가 있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앞으론 주식 투자하면 안된다는 식의 결론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투기 의혹이 있을 경우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사전에 투자를 금지해 봐야 별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증권회사 임직원에 대한 주식거래 금지 규정이 있다. 증권거래법 42조에 “누구의 명의로 하든지 본인의 계산으로 유가증권의 매매거래 또는 위탁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증권회사 직원들이 이런 저런 방법으로 투자를 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외국에선 고위 공직자도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다만 재직기간 중에는 거래를 할 수 없게끔 일정한 펀드(blind fund)에 넣어 두도록 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고위 공직자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의 주식 투자도 이런 방식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졌으면 한다. 정부의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균기자>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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