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Digital]"수임사건 상대방 만나" 변호사 윤리 논란

  • 입력 2000년 7월 13일 18시 46분


변호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면 누구든지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 바로 자신이 맡은 사건의 상대방 본인을 만나는 일. 변호사 윤리규칙 제14조는 ‘변호사는 수임사건의 상대방 변호사가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 본인과 접촉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는 한 변호사가 이 규정에 위반했다며 대한변협에 진정당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사건의 개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B씨는 올해 초 이혼한 전부인 A씨를 상대로 자신의 딸을 만나게 해달라는 면접교섭권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냈다. 공교롭게도 양쪽의 변호사로 모두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여성 변호사가 선임됐다.

A씨의 변호사 C씨와 B씨의 변호사 D씨는 서로 잘 아는 처지였다. 또 A씨도 자신의 전남편 변호사인 D변호사와 아는 사이였다.

A씨는 D변호사가 전남편을 도와준다는 소식을 듣고 D변호사를 찾아가 “같은 여성으로서 내 상대방의 사건을 맡을 수 있느냐”며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D변호사가 A씨를 만난 것을 두고 변호사 윤리규칙 위반이라며 C변호사가 변협에 진정서를 낸 것.

사태가 이렇게 번져 나가자 두 변호사를 잘 아는 변호사들이 중재에 나섰다. 또 D변호사가 A씨를 먼저 찾은 것이 아니고 A씨가 먼저 D변호사를 찾아간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따라 C변호사는 지난달 초 변협에 낸 진정을 취소했으며 사건은 마무리됐다.이 사건은 당사자들이 꽤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어서 변호사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변협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실정을 고려하지 않고 미국의 윤리규칙을 그대로 본딴 변협 윤리규칙에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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