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은행 파업 D-1일, 증시 오히려 상승세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25분


파업을 둘러싼 은행과 정부의 대치상황이 은행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파업참여은행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반면 파업불참을 선언한 은행주가는 상승의 날개를 달았다.

더욱이 은행권의 파업경고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상승에너지가 의외로 강한데 대해 증권전문가들은 놀라고 있다. 파업을 코앞에 둔 10일 주식시장은 개장초부터 상승세가 이어져 장중 한때 856선까지 치솟았다. 시장은 이미 ‘파업에 따른 충격’을 반영하고 있으며 ‘설사 은행권이 파업에 돌입한다고 하더라도 주식시장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은행간 주가 희비교차〓지난달 30일 은행권 총파업 선언 이후 10일까지 은행별 주가추이는 파업동참 여부에 따라 상이한 곡선을 그렸다. 파업 참여은행이자 공적자금 투입은행인 외환은행과 한빛은행은 지난 10여일 동안 주가가 2.25%, 1.23% 하락했다. 또 광주은행이 무려 8% 떨어지는 등 파업을 선언한 저가은행주의 상승 탄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파업불참 의사를 가장 먼저 밝힌 신한은행이 같은 기간에 22.38% 급등한 것을 비롯해 △하나 13.67% △한미 8.15% 등 파업불참 은행들은 주가가 상승했다.하고 수신이 급증하는 반대급부를 톡톡히 누렸다.

▽문제가 있다면 주가는 폭락했어야〓마이애셋 최남철상무는 “은행권의 파업으로 금융시장에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됐다면 주식시장은 이미 패닉(공황)상태에 빠졌을 것”이라며 “시장은 파업돌입 여부와 상관없이 상승쪽으로 ‘진로’를 잡았다”고 말했다.

외국인들 마저 ‘파업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수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데다 금융주→건설주→저가대형주→블루칩 등 종목별로 돌아가면서 주가오름세가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 한마디로 ‘보기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SK투신운용 장동헌주식운용본부장은 “구조조정에 관한 한 ‘타협은 없다’고 선언한 정부의 기본전략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고 있는 것 같다”며 파업에 돌입할 경우 단기적으로 충격은 있겠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은행간 주가차별화의 계기〓5월말∼6월초의 은행주 장세는 한빛 조흥 외환 등 이른바 공적자금 투입은행이 주도했다. 우량은행주는 상승대열의 ‘꼬리’를 장식하는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번 ‘파업 정국’을 계기로 투자자들의 선호도는 ‘저가 은행주’에서 ‘우량은행주’로 확연히 바뀔 것으로 증권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파업참여은행에서 파업불참은행으로 시중자금이 이동하고 있는데서 차별화의 단초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 KTB자산운용 장인환사장은 “부실은행만의 파업은 자금이동을 더욱 촉진해 우량은행주가 반사적인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사장은 “파업은 은행권의 공동운명체적인 이슈라기보다는 ‘도태할 은행과 생존할 은행’이 갈라서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파업으로 우량은행주가 ‘눌리면’ 매수타이밍”이라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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