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사회악과의 전쟁" 中, 黑社會 소탕작전

  • 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59분


중국 정부가 ‘흑사회(黑社會· 암흑가)’와의 한판 싸움을 시작했다. 96년의 ‘옌다(嚴打· 강력타격)’이래 4년만에 단행하는 일대 소탕작전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당국이 최근 ‘오락복무소 관리강화 및 매춘 도박 마약 등 사회악 타격에 관한 의견’을 하달했다고 6일 전했다. 공안부와 검찰부, 문화부 및 국가공상국의 합동 단속이다.

사우나나 가라오케는 일절 신규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고 이발소와 비디오방 전자오락실에 대해서도 관리감독이 강화된다. 이들 업체가 흑사회를 떠받치는 ‘젖줄’이라는 판단에서다.

심야영업도 금지했다. 매춘 도박 마약 사범에 대해서는 벌과금 대신 반드시 실형을 내리기로 했다. 이번 단속은 이달부터 9월까지 3개월간 실시된다. 앞서 2·4분기에는 ‘인신매매범죄’ 집중단속이 실시됐었다.

‘베이징(北京)판 이태원’인 싼리툰(三里屯) 주바제. 이곳에는 1∼2년 사이에 ‘잔제뉘랑(站街女郞)’이라 불리는 ‘밤거리의 여인들’이 대거 등장했다. 200위안(3만원)에 몸을 파는 여인들이다. 선전에는 사창굴이 자리잡았고 선양(瀋陽)에는 터키탕도 간판을 내걸었다.

중국 전역의 가라오케와 사우나 등 ‘오락복무소’는 공식적으로 33만개.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업체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이들 업소를 거점으로 한 45만명이 매춘혐의로 적발됐다.

96년 ‘옌다’이래 한때 주춤했던 흑사회는 지난 몇 년 사이에 빠른 속도로 되살아났다. 조직과 영역이 급속 확대돼 전국적인 규모로 퍼졌다.

최근 산시(山西)성에서 적발된 한 인신매매조직은 산시성과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 무려 725곳이나 되는 ‘인간노예시장’을 두고 유괴한 어린이나 여성들을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산시성 린펀(臨汾)시는 ‘두 명의 시장’이 다스린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돌았다. 낮에는 정부조직의 ‘백도(白道)’시장이, 밤에는 암흑가의 ‘흑도(黑道)’시장이 통치한다는 것이다. ‘안(安)시장’이라 불리는 흑사회 두목이 나타나면 나이트클럽 총경리가 뛰어나가 영접했으며 가수들은 꽃을 바치며 만세를 불렀다.

중국의 흑사회는 ‘백(白)’을 주관하고 ‘황(黃)’을 통제하며 성장해왔다. 백은 마약, 황은 섹스산업이다. 법률상으로는 50g이상의 마약을 판매하면 사형에 처할 수 있다. 유흥업소에는 반드시 마약금지 안내문을 붙이도록 해놓고 있다. 당국의 마약에 대한 단속도 연례행사가 돼있다. 그러나 마약은 이미 사회 깊숙이 파고들었다.

섹스산업도 빠르게 조직화됐다. 다롄(大連)의 ‘싼뉘선(三女神)’ 주점은 비밀통로를 갖춰놓고 각종 외설상품까지 제공해오다 당국에 적발됐다. 주점과 가라오케 호텔을 연계시키거나 아예 세트로 갖춰놓은 곳도 적지 않다. 베이징에는 수백명의 ‘샤오제(小姐·아가씨)’를 두고 있는 가라오케나 나이트클럽만도 수십군데에 이른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달 하순 베이징에서 ‘중앙사상정치공작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다헤이(打黑)’라는 흑사회 강력단속 방침을 결정했다. 중국은 지난해 ‘3강(三講)’운동을 전국 규모로 벌인 바 있다. ‘정치를 얘기하고 학습을 논하며 바른 기풍으로 말하자’는 내용의 공산당내 정풍운동이었다. 이같은 정풍운동이 올해는 사회전체로 방향을 돌렸고 흑사회가 그 주된 타깃이 된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21세기에도 공산당이 존립할 수 있을지에 대해 내심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껴왔다.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는 공산당의 도덕성에 심각한 의문을 던졌다. 수백명의 공직자들이 연루된 짠장(湛江)밀수사건이나 샤먼(厦門)부패스캔들은 13억 중국인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당의 장기적인 존립이라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중국은 ‘당풍(黨風)’과 ‘국풍(國風)’ 정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 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의 크고 작은 숱한 부패사례는 부패와 향응을 제공하는 측도 공직자, 이를 제공받는 측도 공직자나 권력층 자제들이란 사실을 입증했다.

중국 흑사회도 이같은 권력층의 비호 아래 급속히 성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한 가라오케 주인은 “단속전에 공안이 미리 귀띔해준다”고 말했다.‘다헤이’ 캠페인이 어떻게 끝날지를 시사하는 말이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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