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 두문화③] 디지털 생명의 교육

  • 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32분


◇윤송이(25)=매킨지사 경영컨설턴트

◇김형찬(37)=동아일보 학술전문기자

김형찬〓디지털 강아지 시드니가 탄생했 으니 다음에는 이 시드니가 어떻게 살 아가는지를 봐야겠군요? 정말로 그냥 내버려두면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익힐 까요?

윤송이〓강아지나 고양이도 처음 태어나 면 어미가 보살펴 줘요. 어미를 따라 다니며 살아가는 법을 익히죠. 시드니 에게도 이런 학습과정이 필요해요.

김〓배워야 할 것을 정해 놓고 가르친다 면 프로그래밍한 대로 움직이는 로봇과 다를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저 가장 평범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환경에 부 딪히면서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익혀 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윤〓물론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익 히죠. 하지만 집에서 강아지를 키울 때 를 생각해 보세요. 저희 집 강아지 ‘제 리’를 어떻게 훈련시켰는가를 생각해 봤어요. “앉아” “일어서” “굴러” 등의 말을 하고 그 말을 따르면 딱따기(clic ker)를 울리며 과자를 줘요. 그러면 제리는 말을 잘 듣게 돼요. 나중에는 과자를 안 줘도 딱따기만 울리면 되지 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기본적인 것 들을 배워요. 제리는 차츰 저의 기분이 나 감정까지 느끼도록 배워가요. 제리 가 처한 환경이 저와 밀접한 관계에 있 기 때문에 저만의 강아지가 되어 가는 것이지요. 시드니도 마찬가지예요. 이 것은 식욕이라는 기본적 욕구를 이용해 자발적 동기를 유발하는 방법이예요. 자발적 동기 유발(motivation)은 효과 적 교육방법이지요.

김〓조금 이야기를 확장해서 인간에게 적 용하면 어떨까요? 착한 일을 하면 상을 주는 방식은 실제로 교육에서 흔히 사 용되는 방법이지요. 하지만 이 때 ‘착 한 일’이란 자발적으로 원하는 일이 아 니예요. 단지 ‘상’을 받고 ‘칭찬’을 받 기를 원해서 ‘착한 일’을 하는 것이죠. 유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도덕성을 육성 해서 스스로 의(義)를 따르도록 하지 않고 작은 이익(利)을 위해 도덕적 행 위를 하도록 하는 것은 결국 그런 이익 을 좇는 욕구만 키워주는 것이라고 비 판할 수 있지요. 게다가 어차피 교육이 라는 것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 가도록 하려는 것이라면 짧은 시간에 ‘사회화’ 과정을 밟기 위해 주입식교육 도 피할 수만은 없을 겁니다.

윤〓물론 그런 사회화 과정은 필요해요. 무조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니예요.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효과적으로 익히도록 하기 위해 욕구라는 감성을 이용하는 것이죠.

김〓윤박사가 받은 교육과정은 어땠습니 까? 학력을 보면 대단히 좋은 조건에서 교육을 받은 것 같군요.

윤〓제가 받은 교육이 바로 자발적 동기 를 유발하는 방식이었어요. 저는 초등 학교 시절부터 과학 실험을 좋아했어 요. 방과후에도 실험을 하고 싶다고 선 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아예 실험실 열쇠 를 주시더군요. 일요일에도 실험을 하 고 싶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실험 기구와 재료을 사다 주셨어요. 서울과 학고도 학생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었어요. 카이스 트(KAIST)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학 년과 관계 없이 듣고 싶은 과목을 들을 수도 있었고 교수님도 개인 시간을 많 이 내서 도와주셨어요. MIT에서는 더 적극적이었지요. ‘규칙 때문에 안 된다 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어 요. 규칙이란 연구를 도와주기 위한 것 이니까, 왜 그런 일이 필요한지만 분명 히 말하면 그 방법을 찾아줬어요. 또 기업에서 온 사람들도 학생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 줬어요. 좋은 의견이 자 발적으로 나올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 돼 있었던 것이죠.

김〓자발적 동기 유발이라는 것이 단지 육체적인 욕구만은 아니군요.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옆에 서 자극하고 도와주는 것이네요. 학교 의 주입식 교육 속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수업시간을 외면하고 혼자 공 부를 해야 했던 저로서는 대단히 부럽 군요. 대학원에 가서야 선생님들을 찾 아다니며 나름의 공부를 할 수 있었죠. 제도교육은 저의 자발적 동기유발을 자 극하지 못한 셈이군요.

윤〓교육도 진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지식이 축적되고 점점 더 많은 지식이 필요하게 됐지만 갓 태어난 인간은 이런 지식이 없어요. 사회의 진화속도를 DNA의 진화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거예요. 이를 보완하 기 위해 사회적 해결 방안으로서 교육 시스템이 발달했지요. 자발적 동기 유 발을 이용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효과 적인 교육방법이예요.

김〓그렇게 생각한다면 상당히 위험할 수 도 있겠군요. 시드니가 우리가 바라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서 우리를 지배할 수도 있겠네요. 인간이 교육과 경험을 통해 얻은 정보는 DNA에 축적 되지 않지만, 시드니 같은 디지털 생명 의 DNA에는 정보를 축적해서 새로운 디지털생명에게 전해줄 수 있지요. 여 러 생명의 디지털 DNA에서 필요한 정 보를 추출해 새로운 DNA를 만들 수도 있을 테고요. 그런 디지털 DNA의 진 화속도라면 곧 자연적 DNA를 능가할 수 있겠는데요? 어쩌면 인간게놈프로젝 트의 성과를 이용한 아날로그 DNA와 디지털 DNA 사이에 인위적 진화 경쟁 이 벌어질 수도 있겠군요.

윤〓아날로그 생명과 디지털 생명은 경쟁 자라기보다는 서로 협력하면서 보완해 야 할 관계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윤리 나 사회적 책임 등에 관한 연구가 중요 하지요. 이것은 인문과학자들과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일 거예요.

김〓인문학도로서 책임을 느낍니다. 하지 만 과학기술에 매달려 인문학을 천시하 는 현실에서 인문학이 그런 역할을 해 낼 수 있을지….

<정리〓홍호표부국장대우문화부장>hphong@donga.com

■자발적 동기 유발(motivation)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이를 자극하고 긍정적 요소를 적극 지원함으로써 그런 요소가 더욱 자율적으로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다. 외부에서 의도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것과 대조적인 방식이다.

■딱따기 교육방식

(clicker training method)

개를 훈련시킬 때 사용하는 방식. 명령을 내린 후 명령을 따르는 순간 딱따기를 울리고 과자를 준다. “잘했어” “착해요” 등의 말을 사용하지 않고 딱따기를 사용하는 것은 ‘앉은 행위’을 칭찬하는 것인지 앉고 나서 ‘꼬리를 흔드는 행위’을 칭찬하는지를 정확히 구분해 알려주기 위해서다. 이런 동작의 반복을 통해 나중에는 과자를 주지 않고 딱따기를 울리는 것만으로도 교육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www.clickertraining.com 참고)

■의(義)와 이(利)

유학, 특히 성리학에서는 인간의 본성에 자연으로부터 부여된 도덕적 본성이 있다고 본다. 이 도덕적 본성의 확충을 통해 의(義)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 유교식 교육의 기본이다. 이 때문에 성리학은 착한 일을 해야 천국에 간다고 가르치는 기독교나 좋은 업보를 쌓아야 윤회의 굴레를 벗어난다고 가르치는 불교에 대해, 의(義)를 훼손하며 이익(利)을 좇는 이단 사상이라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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