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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7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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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이헌재 재경부 장관이 누차에 걸쳐 “정보를 투명하게 시장에 공개하고 그에 따른 시장의 신뢰도를 얻겠다”는 정보투명성 원칙을 스스로 파기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 IMF 구제금융 위기 과정에서 정부·민간 할 것 없이 정보 및 통계 불투명성이 위기를 증폭시킨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된 바 있고, 이에 따라 IMF와 협의 과정에서 정보 투명성을 하나의 원칙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시대조류를 역행하는 것이다.
7일 재경부는 “5월말 현재 총대외지불부담 현황(잠정)”에 대한 공식 보도자료에서 지난 4월말 통계자료까지는 단기외채 비중에 대한 수치통계를 공표했으나 이번 5월말 자료에서는 사전에 아무런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수치를 삭제했다.
재경부 국제금융국이 결제를 받아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3,4월말의 <총대외지불부담·채권> 통계에서는 장단기별 항목 중에서 <단기외채 비율(=단기외채/총외채)>을 외은지점을 제외할 경우까지 포함해 수치로 명시했으나 5월말 현황자료에서는 이를 빼버렸다.
통계수치 누락은 올들어 민간부문의 무역신용이 증가하면서 단기외채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지난 3월 이래 단기외채 비율이 30%를 웃돌면서 해외부문의 취약성 우려가 여론의 도마에 오른 바 있어 이를 피해가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재경부는 단기외채 증가를 억제하고자 지난 6월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비율 80%로 상향 조정, 무역신용의 외화부채 20% 산입 등 금융기관 외환건전성 규제안을 관계부처와 민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부쳤고, 3개월 경과규정을 조건으로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바 있다.
그러나 5월말 현재 단기외채 비중은 33.1%로 올들어 증가추세를 지속했고 지난 3월 이래 30% 이상의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이에 대한 여론화를 피하고자 삭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앞으로는 이를 계속 공표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단기외채 비율은 ‘보도자료에서 공표하는’ 단기외채를 총외채로 나누기만 하면 구할 수 있는 수치이다.
한편 국가총외채는 지난 97년말 IMF의 구제금융 협의과정에서 통계불투명성에 대한 지적을 받고 국가의 신뢰도를 회복하고자 그 출발점으로 IMF의 요구를 받아들여 작성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총외채는 종래 거주주의 해외부채인 IBRD식에다 현지금융까지 포함한 IMF 기준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새로운 편제방식으로 외채통계를 작성, 지난 98년 이래 해 온 ‘국가적인 아픔’이 있는 통계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IMF 위기에서 도입한 통계공표 방식을 단순히 여론을 피하고자 삭제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박사는 “최근 금융불확실성이 문제되자 은행과 금융기관에게 부실을 낱낱이 공개하라고 요구했던 정부가 자체 통계를 함부로 삭제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IMF 위기를 증폭시켰던 한국의 정보불투명성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우려했다.
한편 이밖에도 재경부는 작년말 경제 급속 회복과정에서 인플레압력이 논란이 있자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전망조사”에서 ‘물가기대지수’를 사전 예고없이 삭제한 적이 있는 등 이런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또 최근 정부가 국책연구소의 연구결과를 정부의 생각과 다를 경우 이에 대한 발표를 연기하거나 아예 중단할 것을 강권하는 사례도 있어 정부 내 정보투명성에 대한 불감증이 되살아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이기석 <동아닷컴 기자> dong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