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디오/약속]분단이 갈라놓은 사랑 이야기

  • 입력 2000년 7월 6일 19시 38분


최근 비디오로 출시된 ‘약속’은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체제의 질곡에 인생을 저당잡혀야 했던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독일영화. 베를린 장벽이 세워진 해부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 20여년동안 세 번 밖에 만나지 못한 연인들의 비극을 그렸다. 지구 최후의 분단국가인 우리 실정과 비교하며 음미해볼 만한 영화다.

장벽이 세워진 1961년, 연인인 콘라드와 소피는 하수구를 통해 동베를린 탈출을 시도하다 헤어지게 된다. 7년후 동독의 천체물리학 연구자가 된 콘라드는 프라하에서 소피와 재회하지만 프라하의 봄을 짖밟는 소련군의 진주때문에 두 사람은 다시 헤어진다. 오랜 세월이 지나 학자 자격으로 서베를린을 방문한 콘라드는 아들 알렉산더와 만나게 된다. 알렉산더가 공을 장벽 너머로 던지자 공이 되돌아오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고 묻는 콘라드에게 알렉산더는 “이유는 모르지만, 반드시 공은 돌아온다”고 대답한다. 기성세대의 회의와 편견에 물들지 않은 젊은 세대들의 통일에 대한 믿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의 마지막은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1989년 11월의 밤에 환호하는 군중과 함께 동서로 트인 길을 걸어가며 콘라드와 소피가 재회하는 장면. 감상에 물들지 않고 시종 담담한 톤으로 진행되어오던 영화는 마지막에 클로즈업된 소피의 착잡한 얼굴에 이르러 두 사람의 일생을 헤집어놓은뒤 너무 늦게 찾아온 통일에 대한 비감함을 드러낸다. 감독 마가레테 본 트로타. 출시사 베네딕도 미디어(02-2279-7429).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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