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귀한 몸' 애널리스트 vs '동네 북' 펀드매니저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41분


▼'귀한 몸'애널리스트▼

‘100만달러의 사나이’

증권가에서 투자할 종목을 분석하고 투자전략을 짜는 일류 애널리스들의 별명이다.

지난해 증시활황으로 주식을 굴리는 펀드매니저들이 인기가 상한가를 쳤지만 지금은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할 종목을 꼼꼼히 찾아 나서는 애널리스트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현대증권에서 리서치센터 조사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태욱(鄭泰旭)이사는 별명이 ‘슈퍼맨’. 이익치(李益治) 현대증권 회장의 눈에 띄어 스카웃된 그가 받는 연봉은 자그마치 9억원. 3년 계약직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최소한 3년동안 27억원은 그의 몫이다. 리서치가 취약했던 이회장이 정이사를 스카웃하면서 1년이 지난 지금 현대증권 리서치 파트는 정상대열로 뛰어 올랐다.

정이사의 스카웃을 계기로 애널리스트 몸값은 거품 논쟁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흔히 조사부로 불려 영업에서 물먹은(?) 사람들의 일시 피난처로 여겨지던데서 지금은 리서치센터로 탈바꿈하면서 우수인력들이 포진해 있다.

이들의 몸값은 철저히 시장가격에 따라 매겨진다.좋은 리포트를 쓰고 펀드매니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 애널리스트 몸값은 뛰어 오르지만 보고서가 부실하고 펀드매니저에게서 인정을 못 받으면 바로 퇴출되는 곳이 바로 리서치 파트.

이근모(李根模) 굿모닝증권 전무는 ING베어링증권 리서치 헤드(조사본부장) 출신. 이전무가 받는 연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센티브까지 합치면 100만달러는 족히 될 것이란게 증권가의 소문이다. 이전무는 1년에 3-4개월은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여느라 해외에 나가 있다.

이남우(李南雨) 삼성증권 상무는 총선전 “선거에서 여당이 패할 경우 외국인들이 한국증시를 떠날 것”이라는 과감한(?) 전망을 내놨다가 야당으로부터 검찰에 고소까자 당한 케이스. 64년생으로 상무를 지내기엔 아직 어린 나이에 고액연봉 리스트에 올라 있다.

외국계에서도 리서치 헤드들의 연봉은 비밀이지만 100만달러까지 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베어링증권 빌헌세이커 이사 CSFB 윤석(尹錫)이사 크레디리요네 백기언(白基彦) 상무 HSBC 이정자(李姃子) 지점장 등이 베테랑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여성 애널리스트의 진출도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현대증권에는 유영미(柳英美) 신휘영(申熙英) 안준아(安晙我) 김은지(金銀枝) 박지현(朴祉炫) 조윤정(趙允偵) 등 여자 애널리스트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미국 월가의 그린스펀으로 통하는 애비코언도 최고수준의 여성애널리스트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동네 북'펀드매니저▼

펀드매니저들이 고민에 빠졌다.펀드 운용실적이 안좋은게 가장 큰 이유다.심지어는 사표를 내기도 한다. 밤잠을 설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게 이들의 고백이다.

실적이 부진한 펀드매니저들은 요즘 고객에게 시달리고 판매회사 직원들에게도 항의를 받는다.한마디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현대투신운용의 경우 펀드매니저들이 거의 다 바뀌었다.다른 곳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현대투신운용 최대문(崔大文) 운용본부장이 15일 사표를 제출했다. 최이사가 바이코리아펀드를 더 이상 맡지않게 됐다고 밝혔다. 후임으로 현대투신증권 출신인 성금성(成金晟)이사가 내정됐다. 지난해 이익치(李益治) 회장이 펀드열풍을 일으키면서 거대한 항공모함으로 불리며 현대그룹의 자금줄 의혹을 받았던 바이코리아펀드 운용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최이사의 퇴진으로 바이코리아 펀드를 운용하는 초창기 멤버들은 대부분 교체됐다. 강창희(姜敞熙) 현대투신 대표는 이미 템플턴투신으로 자리를 옮겼고 수석펀드매니저인 강신우(姜信祐)씨도 템플턴투신에서 CIO(운용본부장)를 맡고 있다.

장인환(張寅煥) 안영회(安永會)씨는 KTB자산운용에서 둥지를 텄다. 팀장이었던 최남철씨는 마이애셋의 상무로 전직했고 황승규씨는 베스트투자자문 부사장으로 갔고 장영상 장상기 서정두 이정학 펀드매니저들도 모두 회사를 떠났다.

바이코리아 펀드매니저들의 잇따른 교체는 지난해 증시활황으로 펀드매니저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스카웃 열풍이 불었던 탓도 있다.대형펀드를 굴리는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이사의 갑작스러운 중도퇴진은 다른 회사로 옮기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회사측에서 운용시스템과 조직을 개편하려고 하자 회사의 재량권을 넓혀주기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진한 바이코리아펀드 실적도 사표제출의 배경이 됐다는 것. 이와관련 현대투신의 한 펀드매니저는 “실적이 부진한 펀드매니저들은 요즘 너무 괴롭다”고 하소연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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