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 업]식당일로 모은 2억원 대학 장학금 선뜻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만도 사회에 진 빚입니다. 이제 그 빚을 갚아야죠.”

혼자 살며 암과 투병중인 오정열할머니(72·충남 천안시 다가동)가 전 재산을 호서대(총장 정근모·鄭根謨·충남 아산시 배방면)에 기증했다. 오할머니는 7일 자신이 입원중인 천안의료원 305호실을 방문한 정총장에게 2억원이 입금된 통장을 건네며 눈시울을 붉혔다.

30대 중반에 남편을 잃고 자식도 없이 혼자 살아온 오할머니는 그동안 식당일 등을 하며 푼푼이 모은 돈을 거의 쓰지 않고 저축해 왔다. 오할머니의 13평 아파트에는 누렇게 변한 미니 냉장고와 식탁이 가구의 전부일 정도다.

오할머니는 “병실에 3개월째 누워 있는데 손자 손녀같은 호서대 학생(신학과)들이 밤마다 찾아와 말벗이 돼 주었다”며 “고마워서 전 재산을 호서대에 기증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호서대는 12일 교내 교회에서 감사 예배를 올리기로 했으며 ‘오정열여사 장학기금’을 만들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천안〓이기진기자> doyoce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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