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Science]'그랜드 캐니언' 비밀을 밝혀라

  • 입력 2000년 6월 8일 19시 43분


올 여름에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그랜드 캐니언의 가장자리에 서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연의 장관을 보며 경탄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에는 공원 관리인을 붙들고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랜드 캐니언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죠. 왜 이런 곳이 여기에만 있고 다른 곳에는 나타나지 않은 거죠”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존 웨슬리 파웰이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161개의 급류를 헤치고 나아가면서 콜로라도강의 지도를 작성한 지 131년이 지났으나 그랜드 캐니언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밝혀낸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다.

물론 그 동안 사람들이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지질학자들은 원래 자갈더미, 화석, 말라붙은 호수 바닥에 쌓인 진흙 퇴적층 등을 단서로 지금과 같은 지형이 어떻게 생겨나게 됐는지를 밝히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주에도 80명이 넘는 지구과학자들이 그랜드 캐니언에 모여서 서로의 연구결과를 비교하며 그랜드 캐니언의 형성에 관한 통일된 이론을 만들어내려고 머리를 모을 예정이다. 과학자들이 이처럼 한자리에 모여 콜로라도 강의 형성과정을 논의하는 것은 1964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그 때는 대륙이 떠돌아다니면서 서로 충돌해서 지구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는다는 설명으로 지구물리학에 혁명을 일으켰던 판구조 이론이 나오기 전이었으므로, 그 당시에 가장 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얻었던 이론들이 지금은 대대적인 수정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됐다.

그랜드 캐니언에 대한 연구에서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그랜드 캐니언의 특징들 중에 지질학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많다는 점이다. 현대의 콜로라도 강은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강으로서 로키 산맥에서 흘러나와 5000만∼7000만년 전에 형성된 거대한 고원인 카이밥 업워프까지 흘러간다. 그런데 강은 이 커다란 장벽의 좌우를 돌아 흐르는 대신 장벽을 곧바로 통과해버린다. 게다가 강에서 채취한 퇴적층을 면밀하게 조사한 결과, 캘리포니아만으로 이어지는 그랜드 캐니언의 서쪽 끝이 강의 동쪽 부분보다 몇 백만년이나 늦게 형성되었음이 밝혀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대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서로 다른 지질학적 시대에 생성된 고대의 강 유역들이 한데 모여서 그랜드 캐니언을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그렇다면, 이 고대의 강들은 언제 어디에서 생성돼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 문제의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지질학자들은 또 하나의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그랜드 캐의 형성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기간에 관한 지질학적 자료들이 아직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얼마 되지 않는 단서들을 이용해 그랜드 캐니언의 형성에 관한 두 가지 이론을 만들어냈다. 지질학자들은 얼마 되지 않는 자료를 이용해 두가지 이론을 만들어냈다. 첫 번째 이론은 콜로라도강이 오래 전에 생성돼 적어도 7000만년 전에 바위와 흙을 깎아 그랜드 캐니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두 번째 이론은 강의 생성연대가 비교적 최근이며, 그랜드 캐니언 역시 만들어진 지 아직 500만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웰을 비롯한 옛날 지질학자들이 내놓은 첫 번째 이론이 50여년 동안 학계를 지배했으나 현재는 새로운 학설이 나오고 있다. 뉴욕 주립대학의 지질학과 교수이며 이번 학술회의의 준비를 맡은 리처드 영 박사는 콜로라도강의 상류는 아주 오래 전에 생겨난 반면 하류는 훨씬 늦게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콜로라도 강의 상류가 항상 지금과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다룬 많은 논문들은 원래 두 개의 강이 흐르다가 한데 합쳐져서 지금의 콜로라도 강이 되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에서도 60년대에 특히 인기를 끌었던 이론은 두 강 중의 하나가 지금의 리틀 콜로라도 강이 흐르는 길을 따라 콜로라도주나 유타주에서부터 남쪽으로 흐르다가 리오그란데 강과 합쳐져서 멕시코만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 또 나머지 강 하나는 이보다 더 나중에 생성된 작은 강으로서 콜로라도 고원의 높이가 낮아지기 시작하는 지점에 있는 베이신 & 레인지 지역을 가로질러 캘리포니아만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설명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이 두 번째 강은 매우 세차고 가파르게 흐르면서 침식작용을 통해 점점 동쪽으로 이동해 상류지역의 땅을 집어삼키고 고대의 콜로라도 강 상류와 만났다. 그리고 지금의 콜로라도 강과 같은 경로를 확립한 다음, 겨우 400만∼600만년 전에 그랜드 캐니언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에도 문제는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지질학 교수인 스티브 레이놀즈 박사는 로키 산맥 분수계 때문에 고대의 콜로라도 강이 리오그란데 강과 합류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강이 남쪽으로 흐르다가 카이밥 업워프에서 U턴을해서 다시 북쪽으로 돌아가 유타주나 네바다주의 내륙 호수에 퇴적물을 내려놓았을 것이라는 이론들이 새로 제안되었다. 그러나 이를 증명해줄 퇴적층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최근에는 현재와 같은 콜로라도 강이 그랜드 캐니언을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 당시에는 강이 지금과 반대방향으로 흘렀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랜드 캐니언이 형성된 후 지각활동으로 인해 땅이 반대방향으로 기울어지면서 강이 흐르는 방향 역시 뒤집어져서 지금과 같은 콜로라도 강이 되었다는 것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060600sci-environ-canyo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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