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가 급등으로 떼돈을 번 벤처기업의 대주주들이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해 미성년 코스닥 갑부가 많이 생겨났다. 평가금액 21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한 다섯 살 갑부가 나타났고 150억원 어치의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 형제도 있다. 자녀에게 경제 공부를 시키기 위해 이렇게 거액의 주식을 증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인격이 충분히 성숙되기 전에 땀 한방울 안 흘리고 거액의 불로소득이 생기면 인생 공부를 그르칠 수 있다. 정말 물려줘야 할 것은 막대한 시세차익이 아니라 신기술에 뛰어드는 벤처기업인의 도전 정신이다.
▷비상장 벤처기업 주식을 증여할 때 액면가 기준으로 세금을 냈는데 상장 또는 등록 후에는 주가가 수십배로 폭등해 이런 일이 가능했다. 비단 벤처만의 문제는 아니다. 삼성 SDS도 이건희회장의 장남 이재용씨에게 사모신주인수권부 사채발행을 통해 주식을 헐값에 넘겨주었다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참여연대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비상장 주식 증여를 이용한 편법 상속은 올해 초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개정돼 불가능해졌다. 친족에게 비상장 주식을 증여한 뒤 3년 이내에 상장해 시세차익을 얻었을 때는 증여세를 다시 내야 한다.
▷이번 일로 벤처 기업인 전체의 도덕성을 도매값에 매도해서는 곤란하다. 돈 문제에서 기업인들에게 우리사회 평균 이상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작년에 코스닥 시장에 과대한 거품이 생겨 벤처기업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끌어 모았고 미처 제도가 따라가지 못해 생겨난 일이다. 제때 법의 구멍을 메우고 시장에 과도한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