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용병들 주눅들었나…'된장축구'에 기세 못펴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27분


"된장축구 적응이 쉽지 않네."

프로축구 그라운드에서 이방인들의 활약이 영 신통치가 않다.

2000시즌 프로축구 정규리그(K리그)에 등록된 용병은 16개국 35명.그러나 이들 중 교체 멤버로 나마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용병은 20여명 안팎에 불과하다.

84년 도움왕인 네덜란드 출신 렌스베르겐을 비롯해 85년 득점왕 피아퐁(태국), 지금은 한국인 신의 손으로 귀화했지만 러시아 출신으로 92년부터 4년 연속 '베스트 11'에 뽑혔던 사리체프,95년 도움왕인 아미르와 이후 라데 데니스 샤샤 등 기라성 같은 용병들이 한국프로축구를 누볐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서는 토종들이 득세를 하는 가운데 용병들은 상대적으로 주눅이 들어있는 상태.

전혀 용병을 쓰지 않고 순수 국내 출신으로만 구성된 '토종 군단' 대전 시티즌이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게 좋은 예.

반면 지난해 용병들을 앞세워 프로축구 전관왕(4관왕)을 달성했던 용병 군단 수원 삼성은 5명의 용병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들의 부진으로 9위에 처져 있다.

'받은 만큼 확실하게 해줘야 하는' 용병들이 부진한 이유는 새로 한국땅을 밟은 신입 용병들이 11명이나 돼 아직 거칠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국 프로축구에 적응을 못하는데다 용병끼리도 발이 잘 안 맞기 때문.

수원의 경우 지난해 득점왕을 차지했던 샤샤가 일본 J리그에 갔다가 뒤늦게 다시 돌아오는 통에 올리-데니스-샤샤로 이어지는 공격라인이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 성남 일화는 3명,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 모터스는 2명씩의 용병을 새로 데려왔지만 이들도 아직 적응을 못하고 있다.

반면 안양 LG는 이적료 120만달러 짜리 '초특급 용병' 드라간(유고)을 축으로 브라질 출신으로 패스와 슈팅력이 뛰어난 안드레,그리고 수비의 축인 무탐바(콩고) '3인방'이 기대 만큼의 활약으로 팀 성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드라간과 안드레는 나란히 어시스트 1개를 기록중이며 무탐바는 수비의 중심축으로 안양이 2위에 오르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

대한화재컵 조별리그 우승팀인 부천 SK는 개인기가 좋은 우루과이 출신 샤리가 제 몫을 해주고 있으며 2골을 기록중인 전남 드래곤즈의 세자르(브라질)와 성남의 죠이(브라질)도 서서히 진가를 발휘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축구전문가들은 "아직 시즌이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시드니올림픽과 아시안컵 대회에 출전하는 대표팀에 프로 선수들이 차출되면 각팀의 전력에 공백이 생길 것이고 결국 용병들의 활약에 따라 팀 성적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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