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Op-Ed]에로티시즘에 빠진 스포츠

  • 입력 2000년 6월 6일 19시 14분


테니스의 롤리타로 불리는 안나 쿠르니코바는 프랑스 오픈에서 실수와 더블폴트를 쏟아내며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주에 19세가 된 이 금발의 미인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SI)의 최근호에서 여러 페이지에 걸쳐 그 매력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쿠르니코바는 중요한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자 테니스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선수로 꼽힌다. 심지어 대부분의 남자선수들조차 그녀의 수입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스포츠는 순수하게 능력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최후의 보루 중 하나였다. 마이클 조던을 마이클 조던으로 만든 것은 그의 잘 생긴 외모와 행동이 아니라 농구실력이었다.

그러나 쿠르니코바의 등장과 함께 에로티시즘이 스포츠의 열기를 누르고 있다. SI는 “매력적인 몸매도 훌륭한 백핸드만큼이나 중요하다”면서 쿠르니코바가 경기를 할 때 선심들은 오로지 그녀의 공이 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볼보이들은 그녀의 땀이 묻은 수건을 향해 몸을 던진다고 썼다.

쿠르니코바의 코치 에릭 밴 하펜은 이미 포르셰 자동차와 값비싼 보석들을 갖고 있는 처녀에게 운동에 대한 열정을 불어넣기가 어렵다는 것을 솔직히 시인한다.

러시아 태생인 쿠르니코바는 곧 베를레이 스포츠 브래지어의 광고에 출연할 예정이고 짐 캐리가 출연하는 새 영화의 배역도 따놓았다 SI의 프랭크 데포드는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그녀는 스포츠처럼 실력이 우선인 영역에서 미모가 더 이상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대에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올랐다. 따라서 쿠르니코바는 서기 2000년의 호모사피엔스에 대해 ‘외모가 아직도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쿠르니코바의 동료선수들은 그녀를 탐탁지않게 생각하고 있다. 세계 랭킹 7위인 프랑스출신의 나탈리 토지아(32)는 ‘테니스의 숨겨진 측면’이라는 책에서 쿠르니코바의 미모가 협회에 돈을 벌어주기 때문에 실력 있는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거론되고 있다면서 여자선수들이 “안나에게 코트에서는 예쁜 것이 무용지물임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더 열심히 경기를 하고 있다”고 썼다.

▽필자〓모린 다우드(칼럼니스트)

(http://www.nytimes.com/library/opinion/dowd/060400dowd.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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