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모리총리 '國體'발언 또 파문

  • 입력 2000년 6월 4일 19시 39분


‘신의 나라’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총리가 이번에는 천황 중심의 국가정책을 일컫는 ‘국체(國體)’ 발언으로 또다시 물의를 빚고 있다.

모리 총리는 3일 밤 나라(奈良)시에서 열린 자민당 강연회에서 “일본 공산당이 야당연립정권에 참여할 경우 일본의 국체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고 말했다.

‘국체’란 말은 원래 ‘국가의 상태’ ‘국가체제’를 가리키는 말. 그러나 일본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천황 중심의 국가체제’를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다. 특히 천황이 통치권을 장악한 국가체제로서 민주주의나 의회주의 등을 배격하는 경우에 많이 쓰였다. 또 전쟁 이후 일본의 정체(政體)가 논의될 때 과거 천황제를 지키자는 뜻으로 ‘국체 수호’란 말이 자주 사용됐다.

모리 총리는 이날 “공산당은 자민-공명-보수의 연립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야당이 연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산당은 당의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고 한다. 따라서 천황제도 인정하지 않고 자위대도 해산하려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국체’ 운운한 문제 발언은 곧이어 나왔다. 그는 “(공산당이 연립으로 정권을 잡으면) 일본의 안전을, 일본의 국체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민주당 대표는 “모리 총리가 ‘신의 나라’ 발언을 철회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국체’ 발언을 한 것은 ‘과거회귀의 발상’이 몸에 배어 있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자민당 간사장은 “아직 본인으로부터 해명을 듣지 못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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