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25시]걱정되는 씨름계 샅바싸움

  • 입력 2000년 5월 31일 19시 19분


엄삼탁 한국씨름연맹 총재의 연임이 31일 연맹 이사회에서 결정됐다. 엄총재는 재야 씨름인들이 추대한 설송웅 16대 국회의원 당선자(서울 용산)와 경선을 벌여 27명의 이사 중 24명의 지지를 얻었다.

엄총재는 연임이 확정된 뒤 △신생팀 창단 △씨름 전용 경기장 확보 △남북한 씨름교류 추진 등의 씨름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엄총재의 '의욕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씨름계는 한동안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사회의 결과로만 보면 엄총재가 씨름인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이지만 현 집행부와 반대 세력 사이에 적지 않은 마찰이 있었던 것이 사실. 실제로 이사회 자리에서 일부 재야 씨름인의 대표격인 전 진로씨름단 단장 김학용씨와 엄총재간에 욕설에 가까운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씨 등은 엄총재의 연임이 확정되자 "총재 선출을 안건으로 한 이사회소집 통보절차에 문제있었다"며 "총재 당선 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김씨 등은 또 "엄총재 재임 기간 중의 문제점을 폭로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서 한바탕 소란을 예고했다. 더구나 민속 씨름 1세대 모임인 '민속 씨름 동우회'도 이미 "엄총재가 개혁적인 인사를 등용하지 않는 한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결국 씨름계의 혼란을 진정시키는 것이 엄총재의 급선무. 그렇지만 '개혁 방향'에 대해 이렇다할 의견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씨름계의 진통과 후유증이 우려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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