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핫라인]박경림/MC-연기자로 뜨는 엔터테이너

  • 입력 2000년 5월 14일 19시 29분


부처님오신날인 11일 낮 서울 여의도 MBC 본사 1층 로비. 요즘 MC(KBS2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 MBC ‘전파 견문록’)로, 연기자(MBC ‘진실’, KBS2 ‘멋진 친구들’)로, 라디오 고정 게스트(KBS 2FM ‘차태현의 FM인기가요’ 등 3개 프로)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경림(21)이 나타나자 기자는 재킷 안에 품고 온 사각형의 CD(14.2㎝×12.5㎝) 한 장을 만지작거렸다. 스스로 별명을 ‘아네모네’(아, 얼굴이 네모네!)라고 할 정도니, 얼마나 얼굴이 각졌는지 만나기 전 멀리서나마 ‘측정’해보기 위해서였다. 아니, ‘평균 이하’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의 특이한 외모로도 그렇게 떵떵거리는 박경림의 자신감이 못내 얄미워(?) 일부러라도 장난칠 요량이었다.

그런데 기자 앞 30㎝까지 접근한 박경림의 얼굴은 ‘각’보다 ‘크기’가 관건이었다. 말 그대로 ‘주먹’만큼 작았다. “놀라셨어요? 저 실제로 보면 다들 TV로 볼 때와는 조금 다르다고 해요.”

―(얼굴은 그렇다치고) 뭐가 달라요?

“대부분 저를 개그우먼으로 알고 있죠? 그런데 저는 한 번도 개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없거든요. 얼굴만으로 제가 20대 중후반일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죠. 그런데 저는 79년생이고 98학번(동덕여대 방송연예과 3년)이에요. 고1(95년) 때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온 이후 계속 연예계에 있어 사람들이 오래된 줄 아나 봐요.”

―그렇군요. 그렇다면 박경림씨는 정확히 뭐예요?

“저는 입으로 먹고 사는 MC예요. 라디오 게스트로 나갈 때도 오직 말만 하죠. 경륜이 쌓이면 제 이름 걸고 토크쇼 진행하는 게 꿈이에요.”

―요즘은 드라마나 시트콤에도 출연하던데….

“말의 재료를 얻기 위한 거죠. 연기를 통한 간접 경험 같은 거. 절친하게 지내는 (김)국진 아저씨가 ‘토크쇼를 노리는 연예인에게 연기는 대입 수험생에게 국어 영어 수학 같은 것’이라고 했어요.” (김국진은 MBC 개그형 드라마 ‘테마게임’을 통해 본격적인 인기를 얻었다.)

―간접 경험말고 다른 건?

“우선 인맥이죠. 토크쇼 하려면 제작진의 섭외를 통한 출연자 섭외뿐만 아니라, 출연자와 진행자 간의 인간적 소통이 필수라고 하더군요. ‘진실’에서 같이 연기한 류시원 최지우 등과도 많이 친해졌죠.”

―토크 재료를 얻기 위해 특별히 하는 게 있나요? 가령 남희석이 짬나는 대로 이외수 등의 소설을 읽고 인용한다든지 하는….

“30대 이상 선배 연예인들을 자주 만나요. 저를 연예계에 데뷔시킨 이문세 오빠, 김국진 박수홍 아저씨, 이소라 언니, 김장훈 오빠 등이죠. 농담따먹기라도 그 연조와 비슷한 대화를 하려면 머리를 두세 배 이상 굴려야 하거든요. 훈련이죠. 또래 연예인하고 친하긴 한데 그리 많은 말을 나누지는 않아요.”

―분필로 칠판 긁는 듯한 목소리에 대한 특별한 ‘대책’은 없나요?

“대책은 무슨…. 어릴 때부터 이런 걸 이제와서 어떻게 하겠어요. 그리고 이제 제 캐릭터로 굳혔는데요, 뭘. 이 목소리 변하지 말라고 마늘을 푹 쪄서 꿀에 바른 것을 장복하고 있어요.”

박경림은 40여분간 쉴새없이 이어진 질문 하나하나에 이렇게 두세 배 분량의 답을 쏟아내고는, 묻지도 않은 말도 했다. 1년 반 뒤 대학 졸업하고는 미국 뉴욕으로 유학해 토크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겠다는 둥, 랭귀지 코스는 한국에서 마치겠다는 둥, 그래야 가자마자 오프라 윈프리 쇼를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둥…. 결국 박경림의 확신에 찬 폭포수같은 입심에 품 안의 CD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짐만 됐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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