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아파트 월세확산…전세금 상승분 월세로 전환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40분


전세 일변도였던 주택 임대시장에 ‘월세시대’가 열리고 있다.

외국처럼 임대료의 대부분을 월세로 내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전세 계약시 맡긴 전세보증금에 인상분만을 월세로 돌리는 ‘전세보증금+월세’ 형태가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다.

월세는 전세보증금의 1.3∼2% 가량.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맡기는 것보다 훨씬 수익이 높아 월세를 선호한다.

그러나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매물이 부족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계약에 응하는 경우가 많아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월세 빠른속도로 확산〓서울 노원구 상계동 등 강북지역의 소형아파트 밀집지역과 수도권 경기 시흥, 수원, 성남 분당, 고양 일산 등에서 월세 계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빌려주는 신종 대출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을 정도. 현재는 소형아파트에서 월세 전환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점차 강남지역의 중대형 평형에서도 월세 계약 사례가 늘고 있다. 짝수해에 재계약이 늘어나는 것도 월세 계약을 확산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상계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지난달부터 월세계약이 급속도로 늘어 현재는 세입자를 찾는 인근 아파트의 30% 가량이 월세 형태로 바뀌고 있다”면서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가 강해 임대문화 자체가 점차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사장은 “장기적으로는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에만 독특한 사금융형태의 전세시장이 월세나 렌트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월세계약 왜 늘어나나〓지난해 말부터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금이 100% 가까이 오른 것이 월세 확산의 가장 큰 이유.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면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을 더 받기보다는 월세로 받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목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세입자 중에는 월세계약도 ‘감지덕지’하는 경우도 많다.

임대사업자 등록요건이 주택 5채 보유에서 2채로 완화되면서 임대사업자가 늘어난 것도 월세확산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세입자 보호대책 절실〓전세의 월세전환은 목돈 마련이 힘든 세입자들의 부담이 덜어지는 측면도 있지만 월세에 대해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계약이 장기화되면 세입자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월세계약을 하는 세입자들은 “전세금 상승분에 대해 월평균 0.5%선인 은행금리보다 3배 이상 높은 금리로 월세로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항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로 월세가 확대될 경우 전세계약을 기준으로 만든 임대차보호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 세입자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대순변호사는 “월세 계약을 투명하게 해 세입자는 납부금액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집주인도 수입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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