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야기]윤영석/한약 먹으면 머리카락이 센다?

  • 입력 2000년 4월 13일 20시 56분


아직도 한약을 먹고 싶은데 머리카락이 하얘질까봐 주저한다는 사람이 많다. 갑자기 새치가 늘었다고 혹시 한약복용 탓이 아닌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런 잘못된 속설 이 왜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사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숙지황을 먹을 때 무를 함께 먹으면 새치가 생긴다’는 구절이 있다. 숙지황은 지황이라는 약재를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려서 만든 까맣고 진득진득한 약재인데 씹어보면 달작지근한 대표적 보혈제다.

실제로 숙지황이 든 한약을 많이 먹은 뒤 무를 먹어도 머리가 하얘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무는 우리 음식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여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먹게 된다. 한방에서는 소화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씨앗을 '나복자’라고 하여 대표적 건위제(위를 보호하고 체증을 없애는 약)로 쓰고 있다.

그러나 몸이 냉한 사람은 삶거나 절인 무를 먹으면 괜찮아도 생무를 먹게되면 설사를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특히 숙지황이 들어간 약과 함께 먹을 때 설사가 심해지곤 한다.

그래서 옛날 한의들은 숙지황이 든 약을 먹을 때 생무를 금기시켰다. 그런데 이것이 지켜지지 않자 한의들은 '머리가 하얘진다’고 엄포를 놓았고 허준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이것이 학설로 굳어 지금까지 끈질기게 이어져 내려온 것이다.

실제로 보약을 먹을 때 설사를 방지하기 위해 생무를 피하는 것은 일리가 있지만 흰머리가 생길까봐 한약 복용을 겁내는 것은 기우일 뿐이다. 02-766-2004

윤영석(춘원당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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