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인터뷰]'오늘의 우리만화' 수상 '디거' 작가 박영철씨

  • 입력 2000년 4월 9일 20시 21분


호랑이와 사슴의 혼혈인 동물이 태어난다면? 호랑이(tiger)의 야수적 본능과 사슴(deer)의 순수한 눈망울을 동시에 지닌 상상의 동물이 바로 ‘디거’(Deeger).

만화 ‘디거’의 작가 박영철(34)은 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 ‘오늘의 우리만화’의 2000년도 첫 수상자. 학원 폭력물이 넘쳐나는 만화시장에서 세밀한 붓터치와 느린 작업 속도 때문에 쉽게 시도되지 않는 동물 만화를 고집스럽게 그리고 있는 몇 안되는 작가다.

박씨가 고등학교 졸업 후 만화계에 입문한 지 올해로 16년째. 기나긴 문하생 생활을 마치고 1996년 ‘제1회 운평만화대상’에서 입선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 된 만화를 발표할수 있었다. 이후 2년의 고된 작업 끝에 그려낸 작품이 바로 ‘디거’다.

“일본문화 개방이 되기 전인 1993년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갔죠. 한 해 4000종이 넘게 출판된다는 일본 만화시장에도 동물만화를 그리는 작가는 거의 없더라구요. 희소성의 가치가 있는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고 마음먹게 됐습니다.”

‘디거’는 숲속 절벽아래 이름모를 동굴에서 태어난다. 환각성분이 있는 풀이 자라는 이곳에선 유전자변이로 인해 종(種)이 다른 동물들도 자연스럽게 짝짓기를 할 수 있다. 박씨가 그리는 동물만화는 리얼리즘에 입각한 다큐멘터리라기 보다는 이렇듯 상상 속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 환타지 만화다.

“동물이 등장하지만 결국 인간의 마음을 그리고 싶었어요. 포악성과 순수성을 동시에 지 닌 ‘디거’가 겪는 심리적 갈등은 인간의 그것과 다름없지요. 디거는 호랑이지만 자기보다 약한 동물을 위해서 스스로 희생하기도 합니다.”

박씨는 요즘 새 작품으로 ‘대박’이라는 환경만화도 그리고 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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