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박정자 손숙 윤석화가 처음 만나 꾸미는 '세자매'

  • 입력 2000년 4월 5일 20시 59분


박정자 손숙 윤석화 등 한국 연극계의 대표적인 여자 배우 세 명이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이해랑연극상 10주년 기념공연으로 펼쳐지는 안톤 체홉(1860∼1904) 원작의 ‘세 자매’(13∼30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

‘세 자매’는 제정 러시아 시대에 모스크바에서 멀리 떨어진 한 지방 소도시에 사는 세 자매의 꿈과 사랑, 그리고 좌절을 그린 작품이다. 이들은 지긋지긋한 시골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인 모스크바로 돌아가고자 하나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러나 이런 좌절이 이들에게 오히려 새 삶을 살아가게 하는 생명력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연극.

박정자는 예의바르고 신중한 성격의 교사인 큰 언니, 손숙은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하지만 결혼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둘째, 윤석화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인생의 좌절을 극복해가는 막내 역할을 맡았다. 셋 모두 20대 역. 이들은 ‘세 자매’의 배역상의 나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는 질문에 “고전 작품에서는 실제 나이보다 배우들의 연륜에서 나오는 연기력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 배우는 모두 이해랑연극상 연기상부문의 역대 수상자들. 또한 임영웅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극단 산울림도 제2회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했다. 안톤 체홉이 작품을 쓴지 올해 꼭 100년째 되는 ‘세 자매’는 ‘갈매기’ ‘벚꽃동산’ 등과 더불어 체홉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꼽힌다. 이해랑선생(1916∼1989)도 이 작품을 1967년 국립극장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연출가 임영웅은 “안톤 체홉은 그동안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로 해석하는 경향이 짙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현대극의 시조로 해석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세 자매가 모스크바에 가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으면서 겪는 고독과 소외현상을 그려 현대극의 시조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세 주연배우 외에도 이용녀 서주희 서희승 전국환 이호성 한명구 박지일 주원성 등 실력파 연기자들이 총출연한다. 화∼토 3시 7시반, 일 3시. 2만∼4만원. 1588-789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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