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종주 英 캠브리지大 MBA 학장

  • 입력 2000년 4월 4일 20시 51분


그가 왔다.

오랜 방랑을 마치고 유럽대륙에서 아시아대륙으로 훌쩍 건너왔다.

최종주(崔鐘柱). 올해 40세. 그는 지금 영국 캠브리지대학 MBA학장이다.캠브리지대학 90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학장반열에 올라선 아시아계 인물이다. 또한 캠브리지 역사상 최연소 학장이기도 하다.

3일 10여년만에 한국, 아니 아시아 대륙의 품으로 돌아온 그를 만났다.

-캠브리지대학 MBA과정에서 무엇을 강의하는가.

"인터넷 관련 학문을 강의하고 있다. 지금 영국을 비롯한 유럽대륙도 인터넷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기업들의 근로의욕이 되살아나는가 하면, 투자열기도 고조되고 있다.또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학내 학문의 방향도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이번에 한국에는 어떤 일로 왔는가.

"아시아 지역의 인터넷 산업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왔다. 영국 등 유럽국가들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인터넷 산업 발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인터넷 컨텐츠는 물론 관련 신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에 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러한 모습을 직접 보기위해 한국을 방문했으며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방문할 계획이다"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의 인터넷과 유럽의 인터넷의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컴퓨터를 바탕으로한 인터넷이 발달해 있다. 그러나 유럽은 다르다. 휴대폰을 위주로하는 이동 인터넷, 즉 M커머스(Mobile-commerce)가 발달해 있다. M커머스의 발전수준은 미국보다 18개월 앞서있다는 것이 첨단 기술자들의 평가이고 미국도 이를 인정한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은 지금 인터넷의 정보를 실생활에서 많이 활용한다. M커머스가 발달한 유럽의 경우는 어떤가.

"유럽도 생활화됐다고 본다. 예컨데 휴대폰을 갖고 세일중인 백화점 근처를 지나가면 백화점에서 보내는 세일정보가 휴대폰에 뜬다. 일기예보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로 버스가 예정시간보다 늦게 올 경우 정류장에 있는 승객들의 휴대폰에 몇분정도 지체되는 지 알려준다.유럽의 인터넷 산업도 이미 컨텐츠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유럽지역에서 특별히 M커머스가 발달하게 된 이유는.

"지난 91년 유럽연합(EU) 지도자들이 정보통신의 기본 모델을 컴퓨터가 아닌 휴대폰으로 결정했다.이것이 지금의 GSM(Global Service Management)를 가능케 했고, M커머스가 발전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가 됐다. 영국의 무선통신업체인 보다폰에어터치는 지금 세계증시에서 싯가총액기준으로 미국의 시스코시스템스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보다폰이 독일의 무선통신기업인 만네스만을 무리해서 인수한 것도 M커머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며 비약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학 강의 외에 인터넷 산업과 관련해서 하고 있는 일은.

"유럽의 2백여개 기업들의 정보통신 및 인터넷 관련 프로젝트에 대해 컨설팅을 하고 있다.물론 런던에 컨설팅기업을 갖고 있기도 하다.이밖에 하버드와 듀크대학에서 교환교수로서 1년에 4개월 동안 인터넷 관련 강의를 맡고 있다"

-인터넷 분야가 광범위해 지고 있다. 그만큼 컨텐츠 개발경쟁은 치열해지는 추세다. 특별히 관심이 있는 분야는.

"미디어와 교육 엔터테인먼트를 종합화한 사이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물론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글로벌화된 인터넷 사이트여야 한다.또한 아시아 지역에 M커머스를 접목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싶다"

-한국은 미국과 같이 컴퓨터를 근간으로 하는 인터넷이 발달해 있다.물론 M커머스에도 진입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민간업계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한국시장의 M커머스 전망은.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인터넷 시장도 M커머스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본다. 더나가 아시아 지역 역시 M커머스로 갈 가능성이 높다. M커머스는 세계적인 추세가 될 것이 확실하다. 미국이 늦게나마 이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향후 일정은.

"4일 싱가포르에 가서 동남아 지역의 인터넷 산업을 둘러볼 계획이다. 2주후 한국에 다시 와서 한국과 아시아 지역의 인터넷 산업에 대해 깊이 연구할 계획이다"

그의 학력은 다국적이다. 지난 81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고, 다시 프랑스로 건너가 경영학을 공부(박사)했다.

학력에 영향을 받았을까. 그의 강의 경력 역시 다분히 다국적이다.

85-89년에는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했으며, 틈틈이 런던금융시장대학에서도 경제학을 가르쳤다. 또한 90년대 들어선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과 일본 와세다대학 및 체코 헝가리 불가리아 등지의 대학에서 교환교수로 활약했다.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무엇이 당신을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로 빠뜨렸느나고.

그는 대답한다-예술에 대한 탐구심이 인터넷에 접속케 했다고.

"록아티스트가 꿈이었습니다. 무대위에서 전자기타로 강한 헤비메탈을 연주하는 게 꿈이었습니다. 그 꿈을 찾아 헤매다 인터넷에 빠지게 됐습니다"

방형국<동아닷컴기자> 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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