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자격자 철저히 가려내자

  • 입력 2000년 4월 2일 21시 07분


4·13총선이 꼭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후보들의 납세, 병역, 전과 의혹 등 공직자 자격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당의 공천과정에서 철저히 걸러졌어야 할 사항이 뒤늦게 불거져 아쉽지만 이제라도 이를 철저히 캐 미자격자를 가려낼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주요 공직에 앉겠다는 사람들이 납세나 병역 의무를 회피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전과까지 있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국민된 도리는 외면하면서 국민의 대표를 하겠다는 후안무치는 차치하고라도 이런 것조차 검증 않고 표를 준다면 유권자로서도 매우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침 이 문제가 쟁점화하자 여야 각 정당은 의심 가는 후보에 대해 자체검증을 거쳐 사퇴를 유도하거나 제명을 통한 공천철회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백번 옳은 얘기지만 뒷북치는 감이 없지 않고 과연 말처럼 실행할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자체검증을 제대로 할지 의심스럽다. 자당 후보의 의혹부분에 대해서는 구차한 변명을 하고 타당에 대해서는 폭로성 정치공세를 펴 물타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 ‘당선되면 그뿐’이라는 과거의 타성에 젖어 의혹 자체를 상대측의 모함으로 돌려버릴지도 모른다. 게다가 어떻게든 열흘만 넘기고 보자며 우물쭈물 조치를 미룰 개연성이 크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은 두눈 부릅뜬 감시를 게을리 해선 안된다. 공개된 후보들의 납세 병역 등 신상자료를 다시 샅샅이 검토해 국민의 기본의무마저 팽개친 후보를 ‘퇴출 1순위’로 꼽아두어야 한다. 후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사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유권자들이 준엄한 심판을 내린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납세와 병역 의혹은 후보등록 서류에 의해 드러났지만 전과는 아직 공개가 안된 상태다. 검찰의 통보를 받은 선관위가 금명간 이를 밝힐 예정이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유권자들의 냉정한 판단이 요구된다. 가령 민주화 투쟁 때문에 기록된 전과와 정경유착적 뇌물수수에 의한 전과는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 거액의 뇌물을 받아 유죄판결을 받은 후보자가 정치보복을 당한 것이라는 등의 억지변명으로 죄과를 감추려하는 건 아닌지도 가려보아야 한다.

공직후보의 자격검증은 선거의 기본 문제다. 도무지 국민의 대표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을 지역감정이나 돈에 휩쓸려 뽑아주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새천년 새정치의 기대는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내손으로 정치를 바꾼다는 의식을 더욱 굳건히 다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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