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0돌 특집]창간사에 얽힌 秘史

  • 입력 2000년 3월 31일 22시 38분


동아일보 창간사를 집필한 사람은 설산 장덕수(雪山 張德秀·1895∼1947). 독립운동가이자 명연설가로 창간 당시 동아일보 주간을 맡고 있었다. 장덕수는 창간을 앞두고 간부회의에서 결정된 동아일보 3대 주지인 ‘민족’ ‘민주’ ‘문화’ 정신을 골자로 삼아 창간사를 집필했다. 창간사에 나오는 3대 주지는 3·1운동 정신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장덕수가 이 창간사를 기초한 곳은 부산에 강연차 내려갔다 올라오는 열차 안이었다. 그는 “이 글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이가 있으면 싸움이라도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이 창간사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장덕수의 호언 그대로 동아일보 창간사엔 우리 민족의 새롭고 힘찬 도약에 대한 자신감이 담겨있다. 글 전편이 감개 어린 논조로 이뤄져 있고 동아일보가 명실상부한 민족의 신문임을 강조하고 있다. 민족지로서의 책임과 그 험난한 미래를 예견하고 비록 그 미래가 아무리 험난해도 민족과 더불어 그 시련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동아일보의 강인한 민족 정신, 그리고 보편적 인류애까지 끌어안으려는 동아일보의 열린 정신과 넉넉한 포용력도 발견할 수 있다. 그 창간 정신은 8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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