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통신/파리]조혜영/독일인이 쓴 프랑스비평서

  • 입력 2000년 3월 31일 20시 52분


▼신은 여전히 프랑스 편인가?/클라우스 하르프레트/알뱅 미셀 출판사▼

‘독일인이 본 프랑스’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1930년 1차세계대전 패망 후 독일인의 프랑스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쓰여진 프리드리히 지브르의 ‘신은 프랑스 편인가?’에 대한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원제는 ‘Dieu est-il encore Francais?’

저자는 미국 주재 독일특파원을 거친 전 독일 수상 빌리 브란트 담당 수석기자 였으며 오스트리아에서 해마다 열리는 독일어권 최우수 작가상 협회의 위원으로 있다. 약 20년전부터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독일 유명신문에 정치 평론 기고 및 저작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프랑스 대혁명에 참가한 독일인의 역할을 연구한 ‘파리의 독일인 혁명가들’(1989) ‘토마스 만의 전기’(1995) 등 정치 역사 문학에 관한 20권의 저서를 냈다.

이 책은 현 프랑스의 정치제도와 사회를 날카롭고 세심하게 관찰한 비평서이다. 그러나 독일과 비교를 함으로써 양국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엿보게 한다. 또한 프랑스와 독일의 적대감정의 근원을 역사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화해의 근거를 찾는다.

양국의 국가주의는 군주제를 타파하고 국가개념을 도입한 프랑스 대혁명에서 그 근원을 찾을 수 있다. 유럽의 군주제는 왕가들 사이의 결혼으로 이루어져 거대한 친척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침략은 점령지 독일에 독일 국가주의 개념을 강하게 일깨웠다. 그리고 1870년 전쟁에서 독일 비스마르크 재상의 승리로 인해 프랑스가 알자스 로렌 지방을 독일에 빼앗기게 되어 서로간의 적개심과 복수심은 더욱 커지게 됐다. 게다가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독일과 프랑스 양국이 서로 대립되는 연합국에 가입함으로써 적국 관계는 계속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두 나라를 가까워지게 한 최근의 정치적 노력에 강조점을 둔다. 나치에 협력한 데 대한 양국의 죄의식을 갖고 1945년 종전 직후 양국 수뇌부가 만나 국가적 차원에서 용서를 나눈 것은 상징적으로 오늘날 유럽연합의 기반을 이루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유럽연합의 감정적인 반미 풍조의 약점을 분석하면서 미국과의 협력과 경쟁은 유럽을 위해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진단한다. 아울러 유럽은 평화유지를 위해 경제적 차원을 넘어 특히 정치적으로 세계 속에서의 힘을 견고히 해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가 독일인이자 동시에 유럽인으로서 말하고 있는 이 책은 그래서 프랑스인들의 관심과 호감을 얻고 있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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