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인터뷰]감각의 제국 수입한 이황림 감독

  • 입력 2000년 3월 31일 11시 56분


이번 주말 개봉될 <감각의 제국>을 두고 벌써부터 화제이다. 대한민국 극장개봉 영화중 가장 수위가 높은 영화가 될 것이라는 지극히 선정적인 입소문에서부터 오시마 나기사 감독에 대한 오마쥬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에 대한 갑론을박이 전개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면 이런 영화를 수입한 영화사는 도대체 어떤 속셈으로 이런 영화를 들여온 것일까. 과연 돈에 눈이 멀어서 수입하였고 변태와 이상 성행위로 점철된 포르노그라피로 입소문내어 대박을 터뜨리려고 하는 것일까?

서울 강남의 신사동에는 아담한 극장이 하나있다.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1번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오즈>>라는 이 극장이 작년 4월 오픈하였을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었다. 클래식 전용극장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걸고 오픈된 이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는 <카사블랑카>,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이지라이더> 등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즈극장 상영을 전후하여 국내 공중파방송에서든지, 케이블 TV, 아니면, 일본 NHK의 위성방송 BS2에서 이들 영화들이 방영되었다. 그리고 요즘 세대들은 그런 고전 걸작이라는 명예로운 영화보단 차라리 현대극을 좋아하는 듯 보이고 말이다. 하지만, 오즈극장 주인은 꾸준히 클래식의 기반을 넓혀나가고 있다. 언젠가는 관객이 들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말이다. 그 극장 주인이 바로 이황림이다. 그는 <달빛 멜로디>, <깜보>,<애란>,<인연> 등의 감독이기도 하다. 그가 율가필름을 만들어 영화를 수입하고, 오즈극장을 만들어 클래식을 상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황림 감독을 오즈극장 사무실에서 인터뷰하였다.

이황림감독이 대표로 있는 영화사 <<율가>>라는 이름이 무슨 말인지?

- 우리 첫째 애 이름이 '율의'이고 둘째가 '가영'이다. 애들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마땅히 이름 지을 것이 없었는데 율가라고 붙이니 괜찮아 보였다. 외국 영화사 중에 캐롤코 필름이 있는데 그 영화사 제작자의 딸 이름이 캐롤이라더군..

오즈에서 상영된 영화중에 이 감독님의 <깜보(박중훈의 데뷔작임)>가 상영된 적이 있는데, <애란(각본은 키노편집장인 정성일이 썼음)>은 상영하지 않는가? 다시 보고 싶은 영화중의 하나인데.

- 그 영화 보았는가? 우리말로 더빙되어 형편없이 비디오로 출시되었었는데... 내가 클래식 극장을 한다니까 어느 영화자료 수집하는 콜렉터가 내게 한국영화 몇 편을 주셨다. 이 분은 옥천에 보관창고를 만들어 영화 프린트를 보관하는데 내게 준 영화는 <영자의 전성시대> 등 20편쯤 된다. 그 중에 <깜보>가 있었다. 사실 오래된 우리영화의 경우 프린트 수급이 어렵다. <애란>은 상영할 계획이 없다. 정성일 씨가 좋은 각본을 줬었는데.. 그 사람 반짝반짝할 때 써 준 것이다. 작가에게 미안한 것이 좋은 각본으로 좋은 영화를 못 만들어 미안하게 된 거지.... 시대극은 사실 어렵다. <애란>의 세트는 일본 도호 스튜디오에 가서 청사진을 구해 만들었다. 다다미를 못 구해서 인천에서 목포로, 다시 제주도로 배로 실어 날랐다. 내게 있어선 영화를 만드는 것도, 즐기는 것도 다 한 가지 이유인 것 같다. 바로 영화 하는 것이 좋아서이다. 영화계에 종사하는 분위기 자체가, 이런 직업 자체가 좋은 거다. 비즈니스도 같고 말이다. 그런 삶이 좋았다. 좋은 영화를 만들 욕심은 있지만 능력부족이다. 기회가 되면 또 찍어 보겠지.

일본 영화가 이제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될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할까

- 사무라이 영화나 야쿠자 영화가 국내 영화팬에게는 먹혀들지는 않을 것이다. 멜로나 홈 드라마가 오히려 관객동원에 성공할 것 같다. 이와이 슈운지 영화처럼 말이다. 아마 옛날 홍콩영화들이 한국에서 한창 주가 올릴때처럼 일본영화도 그 정도 시장점유율은 차지하지 않겠는가.

오즈에서 상영할 일본영화들은?

신작보다는 고전위주가 될 것이다. 오즈 야스지로나 미조구치 겐지,구로사와 아키라, 오시마 나기사, 이마무라 쇼헤이... 이런 거장들의 작품이 주로 소개될 것이다. 한 분당 다섯 작품 정도 소개할 예정이다. 오즈에서는 이런 거장들의 클래식 위주로 상영할 것이다. 신작은 뭐 다른 큰 극장에서 하겠죠. 뭐..

<열정의 제국>도 개봉할 것인가?

- <열정의 제국>은 깐느 감독상을 받았던 작품이라 먼저 심의에서 풀렸다. <감각의 제국>은 작년 수입허가 받았고, 얼마 전 심의에 통과하여 4월 1일 전국 50개 정도 극장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그리고 두 세달 여유를 두고 <열정의 제국>을 상영할 예정이다.

<감각의 제국>에 대해 이 감독님의 개인적인 생각은?

- <감각의 제국>은 각종 버전으로 100번 넘어 봤는데 정말 대단한 영화이다. 결코 범상한 영화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포르노가 절대 아니다. 성기 노출이나 성행위 때문에 이 영화의 가치가 희석되는 느낌이 있지만, 사실 그 자체가 이 영화의 제 맛인지도 모른다. 된다면 <<오시마 나기사 감독주간>>을 오즈에서 열고 싶다. 오시마 감독작품은 쇼치쿠나 창조사등의 일본 메이저 영화사들이 판권을 나누어 가지고 있어서 계약이 좀 어렵다. <일본의 밤과 안개>, <교사형>, <소년>, <태양의 묘지>, <의식>, 최신작 <고하토> 등 그의 대표작 대 여섯 편을 묶어서 작은 영화제를 열고 싶다. 이번 기획전이 안되더라도 계속 수입하여 개봉시키겠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 작품부터 집중적으로 상영할 예정이다.

오즈극장에서는 기획전을 자주 하던데..

- 그렇다. 작년에 <<뉴질랜드 영화전>>, <<가을의 멜로영화 대전>>, <<오우삼, 홍콩느와르회고전>> 등을 가졌는데 반응이 좋았다. 올해 <<프랑코 폰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어권 영화를 소개할 참인데, 가봉영화와 아이보리 코스트에서 만들어진 영화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 영화팬에게 더많은 영화들을 소개해 줄 것이다. 이런 영화제를 한달에 한번 정도 생각하고 있다. 브라질이나 이란 영화제도 기획중인데 그 쪽에서도 적극적이다.

(이황림 감독과의 인터뷰는 지난 달에 가졌었다. 오즈극장에서는 지난 20일부터 일주일동안 '프랑스어권 영화제'를 가졌다. <약속>, <계절을 넘어>,<키리쿠와 마법사>,<포스트 모르템>, <랑바레네의 백인>, <와리코와 복권당첨> 등 여섯 편의 프랑스어권 영화가 상영되었다.)

<오발탄>이나 <피아골> 등 우리나라 고전들에 대한 배려는?

- 물론 가장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영화가 많이 상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화의 경우 대부분의 영화의 프린트나 네가 필름이 영상자료원에 보관되어 있다. 그런데 이 영화들이 외부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될 때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이런 영화의 판권은 제작자가 가진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고, 또 오즈에서 한번 상영하기엔 너무 과다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 클래식 영화의 판권계약이 오히려 쉽다.

오즈개관시 회원을 모집하였는데 그 회원에 대해선...

- 개관시 몇 종류의 회원을 모집했었다. 가입한 날로부터 1년 동안 모든 영화(처음엔 45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하였는데 중간에 그러질 못해 항상 죄송스럽게 생각했었다. 이제 다시 오즈 회원들을 위한 배려를 할 것이다. 우선 회원 모두에게 회원 자격을 각자 회원자격 종료일부터 1년간 연장시킬 것이다. 사정이 어찌되었든 약속을 지키지 못 해 미안한다. 더욱 분발할 것을 약속드린다.

현재 오즈에서는 일반 극영화가 상영되고 있는데 클래식영화는 어떤 식으로 상영하는가?

- 여기 이 사무실(인터뷰가 이루어졌던 오즈의 사무실임)을 소극장으로 개조할 예정이다. 얼마 전에 측정을 해 보았는데, 65석에서 70석 규모의 편안한 극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클래식 영화에 딱 맞는 좌석과 사운드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외국에 나가보니 클래식 영화관이 이런 시네마떼크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젠 1년 열두달 쉬지않고 고전만 상영하는 영화관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즈 회원들이나 클래식 상영할 때 관객층은 어떤가?

- 거의 절반이 25세에서 35세 사이의 미혼여성이다. 그리고 영화학도나 관계인, 영화전문가가 20% 정도, 40대 이상의 올드팬이 10%정도를 차지한다.

오즈에서 상영할 클래식영화들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수급 계획이 있는가.

- 회원과 관객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60%정도가 헐리우드 클래식을 선호하고 있었다. 그에 맞출 생각이다. <내일을 향해 쏴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이 상영될 것이다. 그리고 유럽의 고전걸작이 30%정도 상영된다. 쟝 가방 영화 등 한 3~40편이 계약되어 있다. 나머지는 일본과 홍콩의 고전걸작이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수급 계약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오즈상영작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이 있다면, 그리고 클래식전용관을 운영하며 아쉬웠던 점은?

- 단연 <카사블랑카>. 나도 왜 그 영화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 영화는 '멋' 그 자체가 아닐까. 카사블랑카, 이름이 근사하잖은가. (카사블랑카는 작년 4월 3일 오즈 극장 개관 기념작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슬픔은 그대 가슴에>가 좋았다. 멜로가 인기 있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경우 가장 가슴 아팠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예상외로 푸대접받았다. 그래도 뮤지컬의 대표적 작품인데 말이다. 일본에서는 해마다 리바이벌 상영된다. 이 영화는 개봉 전날 밤 12시에 우리 직원들이 모여 시사회를 가졌는데 난 무척 감동했다. 정말이지 "오, 신이시여, 이 영화를 내가 수입했나이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막상 개봉되고 나서는 1,600명이 들었다. <이유없는 반항>도 기대밖이었다. 한편 들어오면 3천만원씩 적자니..... 원 방법이 없지..."

(풀이 죽은 이황림 감독의 이 말이 오즈극장에서 상업영화가 상영되는 것에 대한 설명이 될 듯도 하여 그대로 옮긴다.)

오즈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비디오로 볼 수 있고, TV에서도 심심찮게 상영되는데..

- 극장에서 하는 것이랑 비디오로 보는 것이랑은 감동이 다르지. 그나저나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나 <이유없는 반항>등등 많은 영화들이 공교롭게 우리 극장 개봉즈음하여 TV에서 방영되었다. 좀 아쉬운 점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작품을 상영할 계획은?

- 큐브릭 영화는 직배사가 갖고 있으니 상영하고 싶어도 어렵다.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나 <클락웍 오렌지> 같은 것도 상영하고 싶지만 그들에게 우선권이 있다. <스파르타커스>는 내가 할려고 한다.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찬 이황림감독. 이황림 감독이 있어서 클래식 팬은 행복하다. 그것이 인터뷰 끝에 든 느낌이었다.

박재환<키노네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