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밭현장 격전지를 가다]대전 서갑 등 6개지역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58분


《동아일보는 전문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R&R)’에 의뢰해 실시한 전국 227개 국회의원 선거구의 여론조사 결과 경합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분류된 62개 지역 중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곳의 격전 현황을 점검한다. 16대 총선 후보등록 전날인 27일까지 계속될 이 작업을 통해 R&R의 후보별 지지계층 분석과 이에 대한 각 후보의 반응 및 전략을 비교하면서 판세를 조망(眺望)해본다. 지역구별 표의 수치는 동아일보 조사에 나타난 단순지지도.》

▼대전 서갑▼

대전 서갑은 한때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이 출마를 검토했던 지역. 이위원장이 출마하는 논산-금산과는 접경지역이다. 따라서 ‘이인제바람’의 월경(越境) 여부가 최대 관심사.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일부 조짐이 나타났다.

당초 자민련 이원범(李元範)의원과 한나라당 이재환(李在奐)전의원의 두번째 맞대결 구도로 보였던 선거구도에 민주당 박병석(朴炳錫)위원장의 약진이 두드러져 치열한 3파전 양상이 보인다.

자민련 ‘프리미엄’으로 낙승을 기대했던 이의원은 다른 후보들이 7% 정도의 차로 바짝 추격하자 긴장하는 눈치. 하지만 이의원은 “유보층의 80%는 자민련 지지자로 보면 된다”며 “자민련의 야당선언으로 ‘JP가 내각제를 팔아먹었다’는 등의 소문이 불식되고 있다”고 주장.

한나라당 이전의원은 “내가 정치신인에게 밀릴 리 없다”며 “충청도 사람들은 ‘글쎄유’라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데다 특히 야당 지지는 절대 표현하지 않는다”고 강조.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이 지역의 ‘야성(野性)’이 표출될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민주당 박위원장은 “얼굴이 덜 알려진 상태의 조사여서 앞으로 인지도가 더 높아지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고 장담. “‘이인제바람’이 아직 미풍이지만 ‘JP바람’이 전혀 없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

이 지역은 재래식 주택과 농가가 혼재한 미개발구역인 탓에 ‘지역개발 적임자’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이의원은 4년 지역구활동의 성과를, 박위원장은 ‘전문성을 갖춘 여당후보’라는 점을, 이전의원은 ‘경험과 경륜의 최적인물’을 내세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경북 포항북▼

경북 포항북은 동아일보 여론조사 등 각종 조사에서 한나라당 이병석(李秉錫)후보가 민국당 허화평(許和平)후보를 다소 앞선다. 동아일보 조사 결과 이 지역의 정당별 지지도는 한나라당이 36.9%, 민국당이 15.4%. 허후보로선 21.5%에 이르는 정당 지지도의 차이가 큰 부담.

이후보측은 리드를 지키는 요인으로 △‘반 DJ’ 정서 △새 인물을 키우자는 지역민심 △허후보가 총선연대 낙천대상 리스트에 오른 점 등을 꼽는다. 반면 허후보측은 △다소 밀린다 해도 오차한계 이내고 △이후보의 지지도는 인물보다 한나라당 지지도에 편승한 것이며 △총선연대 명단에 오른 이유인 ‘12·12’, ‘5·18’ 문제는 15대 총선 옥중 당선을 통해 민심의 검증을 받은 만큼 만회가 가능하다는 입장.

지역민심의 가늠자인 이른바 ‘TK 정서’와 관련해 이후보는 한나라당이 ‘TK의 대변자’이며 자신이 ‘TK의 미래’라고 주장한다. 반면 허후보는 ‘정통 TK 정권’인 5공화국을 사실상 설계한 자신이 ‘TK의 적자(嫡子)’라고 자임한다. 또한 이후보측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의원을 내세워 고 박정희(朴正熙)대통령 향수에 호소하고 있고, 허후보측은 박태준(朴泰俊)국무총리의 간접 지원설로 맞불을 놓고 있다.

결국 ‘반 DJ’ 정서에다 IMF사태 당시 포철의 감원 바람, 파이낸스 부도사태 등이 겹친 데 따른 ‘한나라당 대안론’에 맞서 ‘당보다는 인물’을 앞세우는 허후보의 인물론이 얼마나 먹혀드느냐가 승부의 관건. 민주당 신원수(申元壽)위원장은 지역성 탈피를 외치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울산 중구▼

울산의 ‘정치 1번지’인 중구의 선거분위기는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4선 고지 등정에 나선 한나라당 김태호(金泰鎬)후보에게 도전장을 낸 무소속 송철호(宋哲鎬)후보가 오차 범위 내(2.1%)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

양자의 대결은 14, 15대 총선에 이어 세번째. 김후보가 계속 송후보를 따돌렸지만 이번에는 달라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지역여론이 이번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셈. 김후보도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접전양상을 인정한다.

김후보측은 송후보의 치열한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큰 인물, 큰 정치’ ‘울산의 자존심’을 선거구호로 앞세우는 한편 관록의 정치인을 키워야 한다는 ‘인물론’으로 송후보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 송후보는 김후보를 겨냥해 “그동안 한 일은 없고 흠만 많은 후보”라고 공세를 편다. 송후보측은 시민단체가 낙천대상으로 지목한 김후보와 달리 13년째 현대그룹노동조합 고문변호사를 맡아 지역주민들을 위해 일해온 경력이 이번 선거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선거구호도 ‘때묻은 과거냐, 깨끗한 미래냐’를 내세웠다.

양자 대결구도의 틈새를 노리는 ‘다크호스’도 전열을 정비하고 표밭을 누비는 중.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경호수행부장을 지낸 민국당 유송근(劉松根)후보는 “지역출신 젊은이를 밀자는 주민들의 기대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며 선거후반 역전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다. 민주당 문병원(文炳元)후보는 ‘봉사정치’의 전형을 보이겠다며 열심히 뛰고 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강원 태백-정선▼

강원 태백-정선은 한나라당 박우병(朴佑炳)후보와 민주당 김택기(金宅起)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지역.

동아일보 여론조사가 보도된 뒤 양 후보의 반응은 엇갈렸다. 김후보에게 2.7% 앞선 박후보측은 “우리가 분석하고 있는 여론의 흐름과 비슷하다”고 공감을 표시. 반면 김후보측은 “1만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마쳤는데 우리가 10%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며 불만을 표시.

이 지역은 전체 인구의 70% 가량이 석탄 관련 사업으로 생계를 꾸리는 대표적인 탄광촌. 70년대 석탄산업이 번창했을 때는 타지인들이 몰려들었지만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조치’ 이후 지역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후보들의 공약도 지역경제발전에 맞춰져 있다.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한 박후보는 “4선 중진으로 키워줘야 중앙에서 지역을 위해 힘을 쓸 수 있다”는 ‘거물론’을 들고 나왔고, 김후보는 “여당후보가 당선돼야 정부가 약속한 1조원 이상의 지역개발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

박후보는 현역의원의 강점을 십분 활용, 정선과 태백을 오가며 이미 50여차례의 의정보고회를 마쳤다. 98년부터 가정법률상당소를 운영하며 표밭을 다져온 김후보는 상가와 시장 등을 돌며 서민층을 파고들고 있다.

두 후보가 2파전을 벌이고 있는 틈새에서 자민련의 최승진(崔乘震)후보가 도전장을 냈다. 20일 정선에 사무실을 낸 최후보는 95년 지방선거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외무부 문서변조사건’의 장본인.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충남 서산-태안▼

충남 서산-태안은 15대 총선에서 자민련 변웅전(邊雄田)의원이 54.2%의 득표율로 당선된 지역. 당시 국민회의 후보 득표율은 3.5%. 그러나 이번 동아일보 조사에서는 민주당 문석호(文錫鎬)후보가 22.6%로 21.4%를 얻은 자민련 한영수(韓英洙)후보를 오차범위 안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한나라당 장기욱(張基旭)후보의 지지도는 5.4%.

이같은 민주당 후보의 선전은 자민련의 공천후유증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 자민련의 경우 현 의원인 변웅전의원, 전국구인 한영수의원, 성완종(成完鍾)대아건설회장 등 3명이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합하면서 공천발표가 늦어지는 등 진통을 겪었다.

동아일보 여론조사결과에 대해 자민련측은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는 모두 한후보가 앞서는데 이번 조사는 실제 민심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것 같다”며 “무응답층이 절반을 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 여론조사(11일 실시) 이후 시점인 19일자로 자민련의 기존 공조직을 완전히 흡수한데다 무응답층의 대부분이 자민련 지지자인 만큼 결국은 한후보의 낙승이 예상된다는 것.

민주당 문후보는 “그동안 지역을 꾸준히 다져온 점이 유권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돌출변수가 없는 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고 강조. 문후보는 15대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1만5000표를 얻었다.

한나라당 장기욱후보측은 다른 두 후보가 태안출신인 반면 장후보가 태안에 비해 유권자수가 두배 많은 서산출신이라며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역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전북 남원-순창▼

민주당 조찬형(趙贊衡)의원과 무소속 이강래(李康來)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맞붙은 전북 남원-순창은 여러모로 관심을 끈다. 민주당 공천과정에서부터 두 사람의 경합이 치열했고 전북 10개 선거구 중 ‘비(非) 민주당’ 후보가 그런대로 선전하는 유일한 지역이기 때문.

그러나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는 조의원의 절대 우세. 조의원 지지가 48.6%에 이르러 24.7%의 이전수석을 두배 정도 앞섰고 한나라당 양대원(楊大院)지구당위원장의 경우는 불과 3.7%.

조의원은 동아일보 조사결과에 대해 “현지의 민심 체감지수가 7 대 3 정도로 우세한데 동아일보 조사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의원을 3선 의원으로 만들어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개혁도 돕고 지역발전도 할 수 있다’는 여론이 폭넓게 번지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이전수석은 “아직 주민들이 속마음을 열지 않아 조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지역이 여론조사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집에 전화가 걸려오면 대부분 마음에 두고 있는 후보보다 현역의원의 이름을 밝힌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응답자의 연령에 따라 두 사람의 지지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 30대의 경우 이전수석이 47%로 37%의 조의원을 앞섰지만 40, 50대 이후에는 조의원이 52%, 이전수석이 14%로 정반대다.

또 지역별로도 남원의 금지면 대강면 등 농촌지역은 조의원 절대 우세, 동충동 상교동 등 시내 지역은 이전수석 강세 양상을 보여 현 단계에서 선거결과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