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3부작 완결편인 ‘숨결’이 18일 서울과 부산에서 개봉된다. 원래 3부작은 계획에 없던 일. 그는 마음을 닫고 살던 할머니들이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는가에 이끌려 93년 ‘낮은 목소리’ 1편을 만들기 시작했다. 95년 개봉된 1편을 본 할머니들의 요청으로 같은 제목의 2편을 찍었고, 일방적인 기록이 아닌 대화로 할머니들의 삶을 화면에 담는 마침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98년부터 할머니가 할머니를 직접 인터뷰하는 3편 ‘숨결’의 촬영을 시작했다.
‘숨결’은 그의 3부작 중 절정에 이른 다큐멘터리. 메시지 전달의 사명감에 짖눌리지 않은 감독 덕분에 카메라 앞에서도 할머니들의 표정은 생생히 살아 있다. 딸이 자신의 과거를 모른다고 믿는 종군위안부 할머니 앞에서 딸이 어머니의 비밀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해왔음을 밝히는 후반부 장면은 다큐멘터리만이 건져올릴 수 있는 극적인 진실의 순간이라 할 만하다.
변감독에게 ‘낮은 목소리’1편에서 ‘숨결’까지의 7년은 ‘영화 어린이’가 자신을 매료시킨 다큐멘터리의 거장 오가와 신스케(1935∼1992) 감독 등이 걸어갔음직한 길을 상상하며 따라가 본 길이었다.
그는 “어느덧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들이 나와 함께 그 길을 걷고 있었다는 걸 알았고, 그 길의 끝에서 다큐멘터리 방법론의 하나를 배웠다”며 7년 작업을 결산하는 소감을 밝혔다.
93년 다큐멘터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으로 데뷔했으며, 다음 작품으로 사람들 사이의 소통의 문제를 다룬 극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