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종군위안부 영화 3부작 '숨결' 변영주감독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93년부터 7년간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3부작을 만든 여성 영화감독. 이쯤하면 감독보다 투철한 여성운동가를 연상하기 쉽지만 변영주 감독(34)은 “사명감 때문이라면 이 영화들을 만들지 않았다. 난 즐거운 일만 하고 싶은 쾌락주의자이지 운동가는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그의 3부작 완결편인 ‘숨결’이 18일 서울과 부산에서 개봉된다. 원래 3부작은 계획에 없던 일. 그는 마음을 닫고 살던 할머니들이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는가에 이끌려 93년 ‘낮은 목소리’ 1편을 만들기 시작했다. 95년 개봉된 1편을 본 할머니들의 요청으로 같은 제목의 2편을 찍었고, 일방적인 기록이 아닌 대화로 할머니들의 삶을 화면에 담는 마침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98년부터 할머니가 할머니를 직접 인터뷰하는 3편 ‘숨결’의 촬영을 시작했다.

‘숨결’은 그의 3부작 중 절정에 이른 다큐멘터리. 메시지 전달의 사명감에 짖눌리지 않은 감독 덕분에 카메라 앞에서도 할머니들의 표정은 생생히 살아 있다. 딸이 자신의 과거를 모른다고 믿는 종군위안부 할머니 앞에서 딸이 어머니의 비밀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해왔음을 밝히는 후반부 장면은 다큐멘터리만이 건져올릴 수 있는 극적인 진실의 순간이라 할 만하다.

변감독에게 ‘낮은 목소리’1편에서 ‘숨결’까지의 7년은 ‘영화 어린이’가 자신을 매료시킨 다큐멘터리의 거장 오가와 신스케(1935∼1992) 감독 등이 걸어갔음직한 길을 상상하며 따라가 본 길이었다.

그는 “어느덧 뒤를 돌아보니 할머니들이 나와 함께 그 길을 걷고 있었다는 걸 알았고, 그 길의 끝에서 다큐멘터리 방법론의 하나를 배웠다”며 7년 작업을 결산하는 소감을 밝혔다.

93년 다큐멘터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으로 데뷔했으며, 다음 작품으로 사람들 사이의 소통의 문제를 다룬 극영화를 만들 계획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