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심규선/앞길 험난한 北-日교섭

  • 입력 2000년 3월 8일 19시 14분


지난달 일본의 한 신문사가 일본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국교정상화교섭에 대해 응답자의 60%가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여론조사를 통해 일본 국민의 북한에 대한 ‘감정의 앙금’을 엿볼 수 있다. 문제는 8년 전에 비해 부정적 견해가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자민-사회 양당의 북한방문을 계기로 국교정상화교섭이 시작된 1991년 6월의 여론조사에서는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가 49%, ‘가능한 한 빨리 국교를 정상화해야 한다’가 25%였다.

이처럼 악화된 분위기를 알면서도 일본 정부는 10만t의 쌀을 지원하며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불러냈다. 국민의 눈치만 살피다가는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 관리들은 일단 북한과 만나야 ‘납치문제’도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도 폈다.

일본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국민의 불만은 어느 정도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결단을 내려 결실을 얻어낼 수 있다면 국민이 이해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 북한이 협상에서 납치문제에 대해 ‘언급’은 하겠지만 그런 사실을 인정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후 보상문제와 핵 및 미사일개발문제 등도 쉽게 매듭이 지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본의 납치피해자가족들은 정부의 대북 유화책에 맞서 4월30일 도쿄(東京) 히비야(日比谷)공원에서 정부규탄집회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북한과의 회담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일본 국민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더욱 냉랭해져 북한과 일본의 거리가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일본정부는 북한이 자기편으로 넘어간 ‘협상의 공’을 어떻게 처리할지 몹시 궁금해하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기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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