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현대株는 '날개' 없나…주가관리 발표 증시반응

  • 입력 2000년 3월 8일 07시 48분


‘현대그룹 주가에는 날개가 없는가.’

주총을 앞두고 현대그룹이 주가관리에 초비상이 걸렸다. 현대중공업의 5000억원 자사주펀드 가입에 이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3000억원 어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발표하는 등 주가관리 대책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호재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얼굴은 밝지 않다.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자금을 끌어다 쓴 뒤 ‘나몰라라’로 일관하다가 주총이 코앞에 닥쳐서야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급급하다는 인상 때문이다.

▼주가 작년최고치의 3분의1▼

▽현대그룹주 추락, 날개가 없다〓현대그룹 계열 16개 상장사의 주가는 지난해 최고치 대비 무려 66.4% 급락했다. 현대그룹 주식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원금의 3분의 2가 날라가고 겨우 33%만 남았다는 뜻. 지난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따른 권리락을 감안해도 ‘해도해도 너무 했다’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16개사 중 9개사는 액면가에도 미달한다. 기아자동차 인천제철 현대정공 현대건설 등은 4000원대이고 대한알루미늄 현대강관 고려산업개발 울산종금 등은 반토막이 나있다. 현대중공업 현대증권 현대자동차 현대전자 등 간판기업들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

주가가 급락한 것은 지난해 계열사들이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 위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많이 끌어썼기 때문이다. 현대계열 상장사들은 작년 한해동안 무려 11조7952억원어치를 주식시장에서 조달해갔다.

▼11兆 조달후엔 "나 몰라라"▼

▽중자후 주가관리는 ‘나몰라라’〓문제는 주식시장을 이용만 할뿐 투자자들에게 보답하지 않는 현대그룹의 행태. 유상증자 때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주가관리를 해놓고 일단 자금을 조달하면 ‘나몰라라’로 일관했다.

주주를 중시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증시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소액주주운동을 벌이는 참여연대측은 올해 현대중공업을 공격대상 1호로 꼽고 있다.

참여연대 장하성교수는 “현대는 주주를 무시하는데 도가 튼 회사”라며 24일 주총을 벼르고 있다.

▼자사주매입-벤처투자 '뒷북'▼

▽대책은 없나〓현대중공업은 3000억원 어치 자사주를 사기로 발표했다가 투자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금액을 높여 2000억원을 더 얹었다. 이어 현대차 기아차가 2000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여 소각한다는 주가대책도 발표했다. 현대상선 등도 자사주 직접 매입을 통해 주가관리에 한창이다. 7일에는 현대그룹이 굴뚝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벤처산업에 55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그룹측은 “앞으로 E비즈니스를 강화하고 투자자 중시 경영을 하는 등 변신의 노력이 잇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심 끊었다" 투자자 외면▼

▽투자자 반응은 ‘글쎄…’〓현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의외로 깊다. 한 투자자는 “지난해 이익치회장이 ‘바이코리아펀드’를 선전하면서 현대그룹주를 추천해 샀더니 증시에서 자금만 빼내가고 주가가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현대그룹주는 펀드매니저들의 관심에서 떠난지 오래”라며 “지난해 유상증자에다 주가하락으로 워낙 고생했기 때문에 아예 관심대상에서 빼버렸다”고 털어놨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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