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휴대전화료 더 내려야

  • 입력 2000년 3월 3일 19시 17분


정부여당이 SK텔레콤 이동전화(011)의 통화료를 15.4%, 기본요금을 11.1% 인하키로 한 데 대해 많은 가입자와 시민단체들이 더 내려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인하를 주도했다’는 생색내기에 급급해 요금조정 인가절차를 무시한 채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를 제치고 인하계획을 발표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속보인다’는 반응과 함께 추가인하 요구에 부닥친 형국이다.

YMCA 등 1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이동전화요금 인하 소비자행동네트워크’는 자체 조사 결과 40% 이상 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40% 인하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소비자 주권을 지키기 위해 가입해지 운동도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기본요금을 11.1%만 내리는 것은 소비자 부담을 무시하고 사업자의 고수익만 고려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이들은 외국의 경우처럼 기본요금의 40∼50%(월 8000∼9000원)에 해당하는 액수만큼 무료기본통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실제로 미국 AT&T, 일본 NTT도코모 등 세계 여러나라의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월 60∼120분의 무료기본통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사업자의 경영상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추가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원가의 검증내용을 투명하게 밝히고 그 검증 자체가 적정한 것인지도 공개적으로 점검받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원가검증 내용을 비밀에 부친 채 공청회를 비롯한 일체의 의견수렴 없이 사업자와의 비공개 협의만으로 요금인하폭을 결정했다.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는 SK텔레콤의 요금조정에 정부가 인가권을 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서비스요금이 아닌 공공요금 성격을 감안해 인가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요금 결정과정에서의 소비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시장지배력이 강한 SK텔레콤의 요금인하를 억제해 후발 사업자들을 보호하는 데 주안을 두고 있다면 이는 정부 스스로 경쟁제한을 통해 소비자 권익을 해치는 것이다.

전국의 이동전화 총가입자가 인구 2명당 1명을 웃도는 2400만명을 헤아리는 상황에서 가입자 수백만명 시대의 요금체계를 계속 끌고 간다는 것부터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또 이동통신업체들의 사실상의 요금담합구조를 방조할 것이 아니라 요금경쟁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는 원가절감 내실경영 등 자구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그래도 안되면 합병 등의 방도를 모색하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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