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ASIC협회장 정자춘씨/"주문형반도체로 승부건다"

  • 입력 2000년 2월 18일 19시 23분


중소 반도체회사인 아라리온의 정자춘(鄭子春·39)사장은 ‘반도체에 미친’ 사람이다.

단번에 수백억원대의 자본이득을 챙긴 신생 벤처들이 즐비한 가운데 그는 고집스럽게 주문형 반도체(ASIC)에 승부를 걸고 있다. “기술적 토대가 취약한 아이디어 의존형 벤처사업은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지론.

그는 96년 현대전자를 퇴사하면서 손에 쥔 5000만원으로 척박한 ASIC업계에 뛰어들었다. 현재 ASIC업계엔 60여개의 기업이 명함을 내밀고 있지만 대부분 영세하다. 굵직한 품목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자체 개발해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제품이 ‘주문형’이다보니 바이어업체의 파워에 눌리기 십상.

당연히 부도위기를 여러 차례 넘겼다. 금융기관에도 문턱이 닳도록 넘나들었다.

98년 개발한 ‘울티마’와 ‘아라레이드’가 인텔 등 외국업체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정사장의 ‘도박’은 비로소 과실을 맺었다. 두 제품은 컴퓨터 주기판에 탑재돼 컴퓨터의 자료처리 속도를 높이고 안정성을 강화시켜준다.

자신감을 얻은 정사장은 이후 컴퓨터뿐만 아니라 LCD 통신단말기 등 다양한 ASIC 틈새시장을 헤집고 있다. 최근 대만업체와 공동개발한 ‘LCD 컨트롤러 칩’은 한해 3600만달러의 노다지를 기대하는 제품.

97년 1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직원 63명중 55명이 연구인력. LG반도체와 현대전자간 빅딜과정에서 고급 연구인력을 각각 15, 12명씩 스카우트해 아라리온에는 삼성을 합친 재벌 3사의 ASIC ‘연합인력’이 포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100억원을 들여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10층짜리 건물을 인수해 ‘벤처타운’이란 간판을 달았다. 정보교류와 해외 바이어들의 편의를 위해 ASIC기업들을 한데 모으려는 것. 정사장은 18일 ASIC설계회사협회 총회에서 3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